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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팀은 '원한'이 있다. 2007년 현대시절(넥센 전신) 김재박 감독이 LG로 자리를 옮겼다. 팀이 어려울 때 사령탑을 빼간 것을 두고 넥센 선수들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 "LG에게만은 지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흘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작년에는 LG가 10승9패로 앞섰다. 김시진 감독도 "지금은 LG라고 해서 꼭 이기겠다고 덤벼드는 것은 없다. 그럴 전력도 되지 않는다"며 웃는다. LG 박종훈 감독은 "전력이 앞서도 만나면 안풀리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유를 찾기 위해 올시즌을 되짚어봤다. 그랬더니 두 감독이 똑같이 언급한 경기가 있다. 바로 4월29일, 올시즌 첫 맞대결이다. LG 악몽의 출발은 이 날이었다.
4월29일, 두팀은 잠실에서 만났다. 그날 일방적인 분위기였다. LG가 2회 3점, 6회 5점을 내며 8회까지 8-3으로 앞섰다. 그런데 9회초 동점 위기까지 몰렸다. 구원진의 난조로 8-7까지 쫓겼다. 결국 8대7로 이겼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박 감독은 "넥센의 기를 꺾었어야 했는데"라며 "올시즌 넥센과 만나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김 감독도 그 경기를 이야기 한다. "사실 첫 대결이 큰 의미가 있었다. 9회에 한점차까지 쫓아가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후반에 승부를 많이 보는 팀컬러다. 그런데 LG는 불펜이 약하지 않나. 그래서 6회 정도까지 큰 점수차로 뒤지지만 않으면 선수들이 이길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넥센은 7회에서 9회까지 타율이 2할6푼6리다. 연장전에서는 3할1푼. 반면 1~3회는 2할5푼, 4~6회에는 2할4푼1리다. 또 경기후반을 책임지는 구원투수(3.62) 방어율이 선발(5.23)보다 좋다.
집중력에서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자신감은 경기에서 어떻게 나타났을까. 결론적으로 보면 집중력에서 차이가 났다.
올시즌 LG의 넥센전 방어율은 4.55다. 넥센은 4.53, 큰 차이가 없다. 공격에서는 LG가 앞선다. 타율(0.278-0.265), 홈런(9개-5개), 도루(24개-12개), 안타(148개-135개) 등에서 모두 우위에 있다. 여기까지 보면 뒤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뒤지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런데 한가지를 언급하면 이야기가 180도 달라진다. 득점이다. LG는 15번 맞대결에서 총 73득점, 넥센은 78득점이다. 즉 찬스에서 집중력이 달랐다는 것이다. 잔루도 LG가 126개, 넥센은 109개다.
김 감독은 "우리가 잘한 경기도 몇경기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LG가 못한 덕을 봤다"고 했다. 결국 LG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넥센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