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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그룹 오너들의 야구 사랑은 대대로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데 이 대열에 삼성전자 이재용 사장이 뛰어들었다. 두 그룹의 경쟁이 그라운드로 옮겨 붙는 형국이다.
재계 4위의 대그룹 오너 일가이지만, 야구장에선 소탈한 '야구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구 부회장은 지난 2008년 형 구본무 LG그룹 회장으로부터 구단주를 물려받은 후 당시 대표로 있던 LG상사에 직장인 야구팀을 만들었고, 2009년에는 일본 오키나와의 전지 훈련지를 전격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LG가에선 크게 낯선 풍경은 아니다. 구본무 회장 역시 1990년 야구단 창단 이후 수시로 잠실구장을 찾았고, 회식자리에서 선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로 유력하며 구 부회장의 친형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야구선수 출신으로 지난 2005년 야구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구 부회장의 경복고, 서울대 후배인 이재용 사장의 경우 어렸을 적 삼성 라이온스 선수들에게 야구를 배우기도 하면서 자란 '베이스볼 키즈'이지만, 최근까지는 야구와 관련해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30대에 경영일선에 나와 40대에 접어든 현재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룹의 후계구도와 상속문제 등이 어느정도 정리되자 드디어 야구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난달 29일에는 공교롭게 잠실구장서 LG-삼성전이 열리고 있을 때 경기 중간 야구장을 찾아 팀의 짜릿한 역전승을 함께 하고, 그라운드로 나가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격려를 하고 다음날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선물하는 등 야구장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야구는 전형적으로 팀워크가 중요한 팀 스포츠이기에, 기업 총수들은 야구에서 경험과 길을 찾기도 한다. 그라운드에서도 불기 시작한 두 거인의 자존심 싸움에 한국 프로야구는 날개를 달고 더 높이 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