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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의 자극…1년2개월 만에 A대표팀의 '왕'이 된 이강인, 그가 무서운 건 아직 '스물 둘'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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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이 1년2개월 만에 A대표팀 '왕'으로 등극했다.

이강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홈 1차전에 선발 출전, 전반 44분 조규성의 선제 결승골을 돕는 등 팀의 5대0 압승을 이끌었다.

이날 이강인은 4-2-3-1 포메이션에서 2선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반대발 윙어 역할을 했기 때문에 크로스보다는 중앙 쪽으로 파고드는 인버티드 플레이를 많이 시도했다. 싱가포르의 극단적인 수비 축구에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하던 사이 해결사로 나선 건 이강인이었다. 시야가 남달랐다.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쇄도하는 조규성을 보고 문전으로 택배 크로스를 배달했다. 상대 수비수 뒷 공간으로 파고든 조규성은 노마크 찬스에서 논스톱 왼발 슛으로 가볍게 골망을 흔들 수 있었다.

이후에도 이강인은 추가골과 쐐기골에 모두 관여했다. 1-0으로 앞선 후반 4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선수 두 명을 환상적인 개인기로 제친 뒤 넘어졌지만 어드벤티지가 선언됐다. 이를 조규성이 곧바로 크로스를 올려 황희찬의 헤더 추가골을 도왔다.

후반 23분에 터진 쐐기골도 이강인의 발부터 시작됐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쇄도하던 설영우에게 논스톱 힐패스를 연결했다. 설영우는 파고들어 '귀화선수' 송의영에게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 나선 황의조는 가볍게 골네트를 갈랐다.

4-0으로 앞선 후반 40분에는 골맛까지 봤다. 상대 수비수가 크로스를 헤더로 걷어낸 것이 이강인 정면으로 향했고, 이강인은 빨랫줄 같은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렇게 이강인이 1년2개월 만에 A대표팀에서 '에이스'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건 파울루 벤투 감독의 자극이 먼저였다. 지난해 9월 A매치에서 벤투 감독은 이강인을 소집해놓고도 단 1분도 활용하지 않았다. 카메룬전에선 상암벌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이 "이강인! 이강인"을 연호했지만, 벤투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이후 이강인은 카타르월드컵 최종명단에 들기 전까지 소속팀에서 활약이 필수적이었다. 이강인은 그 전제조건을 스스로 채웠다. 당시 스페인 마요르카 소속이던 이강인은 매 경기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MOM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결국 벤투 감독이 기량으로 뽑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애 첫 월드컵이었던 카타르월드컵에선 '백업'이었다. 그러나 백업으로 대형사고를 쳤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교체투입된 뒤 조규성에게 택배 크로스를 올려 추가골을 도왔다. 18세이던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해 골든볼을 수상할 정도로 출중한 기량을 뽐낸 뒤 4년 만에 국제대회에서 이강인의 이름을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성장세는 가파랐다. 월드 클래스만 모인다는 PSG로 이적해 자신만의 특색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이강인이 무서운 건 아직 스물 두 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A대표팀을 이끌 수 있다는 얘기다. 상암=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