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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의 추운 날씨가 이어진 잠실구장. 7일 아침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LG 선수들이 속속 도착했다.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는 선수들의 표정에서 비장함이 느껴졌다. 신년 하례식이 개최된 후 열릴 운명의 체력테스트. 지난해 김기태 감독 부임 이후 처음 실시된 체력테스트에서 탈락한 선수들이 사이판 전지훈련에 합류하지 못하는 것을 실제로 지켜봤다. 자신도 그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었기에 선수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맴돌았다.
선수들 초긴장…4㎞ 달리기 후 벌러덩
하지만 선수들의 긴장감은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상 가장 힘든 장거리 달리기에서 테스트 합격여부가 갈리기 때문이었다. 이날 3조로 나뉘어 치러진 테스트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조는 단연 고참조. 1군에서 뛰는 주축 선수들이 가장 많이 포진돼있었고 체력상 낙오자가 나올 확률도 가장 높았다. 이진영은 "정말 긴장되서 잠이 안올 정도였다. 10바퀴 중 5바퀴를 돌 때가 고비"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유원상은 "11월 사이판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새롭게 LG에 합류한 투수 정현욱은 "정식 시합 말고 운동하면서 이렇게 긴장하기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체력테스트를 치르지 않은 정현욱은 이번 테스트를 앞두고 대구에서 러닝 위주의 맹훈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 신호가 울렸다. 출발할 때와 몇 바퀴 돌지 않은 초반에는 선수들 사이에서 간간이 웃음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4바퀴가 지나자 선수들의 표정에 웃음기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만 운동장에 울려퍼질 뿐이었다.
그렇게 4㎞를 완주한 선수들은 곧바로 트랙 위에 쓰러지고 말았다. 고참, 후배 선수들을 막론하고 모두가 거친 숨소리와 함께 탄성을 토해냈다. 일부 선수들은 구토 증상과 어지럼증까지 호소하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 열심히 뛴 이유는 단 하나였다. 사이판 전지훈련에 낙오자로 이름을 올릴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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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함이 없던 힘도 만들어냈던 것일까. 이번 LG 체력테스트에서는 이적생들의 깜짝 활약이 돋보였다.
관심이 모아졌던 고참조에서 1위를 차지한 선수는 삼성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현재윤. 그는 출발 직후 부터 빠른 속도로 선두로 나선 이후, 페이스를 잃지 않고 독주 끝에 1위를 차지했다. 고참조의 제한시간이 20분이었던 가운데 현재윤은 17분 40초에 테이프를 끊었다. 유일한 17분대 기록이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윤은 이적이 결정된 후 매일같이 운동장에 나와 훈련을 하고, 체력테스트를 대비해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 훈련까지 소화했다고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김 감독은 "아주 대견하고 고맙다"며 흐뭇한 반응을 보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SK에서 친정팀 LG로 돌아온 권용관도 3위를 차지했다. 76년생으로 최고참급에 속하지만 체력만큼은 후배들 못지 않았다. 18분 20초의 기록을 세웠다. 이들의 활약에 지난해 고참조 1위를 차지하며 2연패를 노렸던 박용택이 6위로 밀릴 정도였다. 정현욱은 19분 50초를 기록, 10초 차이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재미있는 건 팀 내 최고참인 최동수와 이병규(등번호 9번)가 테스트 도중 열외했다는 것. 특히, 이병규는 코칭스태프에 손으로 X자를 표시하며 달리기를 멈춰 의구심을 자아냈다. 결과부터 말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장면이었다. 김 감독은 테스트 전, 한국나이로 40대에 접어든 최동수, 류택현, 이병규에게는 7바퀴만 뛰어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트레이닝팀은 세 사람에 대한 기록을 아예 측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열의에 불탄 베테랑 3명 모두 7바퀴를 돌파한 후 멈추지 않았다. 류택현은 10바퀴를 완주했고, 최동수와 이병규는 8바퀴를 뛴 후 컨디션 관리를 위해 스스로 멈췄다. 이병규의 경우, 함께 뛰던 동료들의 기록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20분 내에 들어올 페이스였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편, 중고참급 테스트에서는 김용의가 15분 42초의 놀라운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선수단 전체를 통틀어서도 으뜸이었다. 마지막으로 열린 신참들의 테스트에서는 내야수 안진근이 1위에 올랐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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