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야구는 강했다. '야신'의 의도대로 한국시리즈 1, 2차전은 흘렀다.
SK가 무난히 2연승을 거뒀다. 보름 동안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우려했던 실전감각은 문제없었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면서 얻은 삼성의 좋은 분위기를 끊으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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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으로 앞서고 있던 1차전 5회. SK에게 위기가 왔다. 선발 김광현이 갑자기 난조를 보이면서 3실점했다. 2-3으로 역전당한 상황. 에이스 김광현을 믿고 있던 김 감독은 곧바로 좌완 정우람으로 교체했다. 박석민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며 2사 만루. 그러나 정우람은 4번 최형우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에이스를 그대로 끌고 가지 않은 과감한 투수교체가 돋보이는 순간. 김 감독의 승부수가 빛을 발하는 장면이었다.
5회말 곧바로 SK는 반격을 가했다. 2사 만루 김강민의 타석. 김 감독은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견수 김강민 대신 박재홍을 투입했다. 베테랑에다 배트 스피드가 빨라 삼성 오승환을 적절히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었다. 역시 과감한 승부수. 결국 박재홍은 볼넷을 얻었고, 후속타자 김재현의 역전 2타점 좌전 적시타가 터졌다. 이걸로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김 감독은 이후 정대현 전병두 송은범 등 필승계투조를 투입하며 삼성에게 반격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의 강한 흐름을 끊은 김 감독의 승부수가 돋보였던 1차전.
2차전은 빠른 투수교체 타이밍이 인상적이었다. 깜짝 선발 이승호를 기용한 김 감독은 2회 2개의 볼넷을 내주자 곧바로 전병두로 교체했다. 42개의 볼을 던진 전병두가 힘이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자 곧바로 이승호(20번)로 바꿨다. 8회부터는 정대현과 송은범을 각각 1이닝동안 투입시키며 가볍게 경기를 끝냈다. 역시 삼성에게 반격의 여지조차 주지 않은 한 템포 빠른 투수 로테이션. 삼성으로선 힘 한번 쓰지 못하고 허무하게 2차전마저 내줬다.
연착륙한 실전감각, 최상의 투수로테이션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SK의 유일한 약점은 실전감각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훈련량을 페넌트레이스때보다 2~3배 늘리면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했다. 백업내야수 김연훈은 "한국시리즈가 개막되니까 너무 좋다.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고, 정근우 역시 "평소보다 3배 이상 힘들었다. 실전감각은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한 전력에 빈틈없은 준비. 야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결국 실전에서 SK는 오히려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날카로웠다. 타자들의 타격감은 살아있었고, 휴식과 훈련을 병행한 투수들의 날카로움은 배가돼 있었다.
1, 2차전을 이기면서 SK는 또 다른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전력누수가 전혀 없었다. 1차전 선발 김광현을 제외하곤 모든 선수를 3차전에 다시 쏟아부을 수 있다. 특히 불펜투수들은 이상적인 투구수 배분으로 실전감각을 극대화시키면서 계속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해결사가 없다'는 약점을 지적받은 타선 역시 괜찮았다. 최 정 이호준 박정권 박경완 김재현이 승부처에서 적시타를 터뜨리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줬던 반격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야신의 야구는 강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