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3-09-28 15:44 | 최종수정 2023-09-28 19:03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여자 태권도의 간판' 이다빈(27·서울시청)이 아쉽게 새로운 역사 문턱에서 눈물을 흘렸다.

이다빈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초과급 결승전에서 중국의 저우쩌치에게 라운드 점수 1대2(9-8 2-9 8-21)로 패했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 67㎏ 이하급으로 나서 고교생 신분으로 첫 금메달을 거머쥔 이다빈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는 67㎏초과급으로 체급을 올려 또 한번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항저우 대회에서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에 도전했지만, 마지막 결승에서 패하며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국 태권도는 기대했던 이다빈이 아쉽게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이번 대회에서 총 5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24일 품새에서 2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며 시동은 건 한국 태권도는 겨루기 종목 첫 날인 지난 25일 장준(한국가스공사)이 남자 58㎏급 정상에 섰고, 26일 박혜진(고양시청)이 여자 53㎏급에서 우승했다. 27일에는 박우혁(삼성 에스원)이 남자 80㎏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중량급의 자존심을 세웠다. 당초 한국 태권도는 품새 포함, 최대 5개의 금메달을 목표로 했다. 쉽지 않은 목표라 했지만,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 태권도는 지난 도쿄올림픽 노골드의 수모를 씻고, 아시안게임에서 부활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다빈은 8강에서 대만의 반윈츠를 라운드 점수 2대0(9-5 6-5)으로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4강에서 카자스흐탄의 칸셀 데니스에 2대1(13-2, 15-15, 15-3) 승리를 거뒀다. 공격 횟수에서 밀리며, 2라운드를 내줬지만, 1, 3라운드에서 압도적인 차이로 승리했다. 결승에서 1라운드를 따냈지만, 2, 3라운드에서 아쉽게 상대에게 밀리며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이다빈은 한국 여자 태권도의 간판이다. 이다빈은 옥동중 1학년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동기가 재밌다. 친한친구가 태권도 선수를 한다니까 떨어지기 싫어서 함께 태권도부에 가입했다. 사실 이다빈은 축구가 하고 싶었다. 하지만 축구부에 들려면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한다는 점도 숙소 생활이 없는 태권도부에 든 이유다. 이다빈을 태권도계로 이끈 친구는 적응 안된다고 일찌감치 관뒀지만, 이다빈은 한번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다.

이다빈은 효정고 1학년때부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전국체전에서 계속해서 1등을 했고, 2013년 주니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시니어와의 벽이 있었다. 주니어 시절 영광이 독이 됐다. 이다빈은 "1등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그때 코치 선생님이 '최고가 되기 보다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이말을 새기고 경기에 나섰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언니들이 이다빈의 파이팅에 나가 떨어졌다.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고교생 신분으로 처음 국가대표에 뽑혀 인천 대회에 나선 그는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기량을 펼치며, 당당히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201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017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변함없는 기량을 과시한 이다빈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또 한번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진 2018년 월드 그랑프리와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한 이다빈은 마지막 퍼즐, 도쿄올림픽에 나섰다.

이다빈은 이 대회 준결승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 비앙카 워크던(영국)을 상대로 0.1초를 남겨 놓고 역전에 성공하며 결승에 올랐다. 하지만 결승에서 밀리차 만디치(세르비아)에게 아쉽게 7대10으로 패했다. 이다빈은 은메달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금메달을 획득한 만디치에서 활짝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성숙한 면모를 보였다. '엄지척'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다빈의 은메달은 도쿄에서 한국 태권도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사진캡처=이다빈 SNS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사진캡처=이다빈 SNS

"울지마" AG 3연패 좌절 이다빈, 그래도 충분히 값진 은메달
사진캡처=이다빈 SNS

이후 내리막을 탔다. 태권도는 25세 전후로 전성기를 누린다. 어느덧 노장 반열에 오른 이다빈도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다. 지난달 열린 바쿠 세계선수권대회와 로마 그랑프리에서 연이어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다빈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다시 한번 도복을 메만졌다. 과거 별명이었던 '피이터' 같이 숨쉴틈 없이 몰아붙이는 태권도는 아니지만, 풍부한 경험과 경기 운영을 앞세워 3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좌절됐다. 이다빈은 "너무 아쉽다. 강한 상대를 만나 좋은 경기를 한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스스로에게 많이 답답하고 또 불편한 감정이 있다"고 말했다. 이다빈은 눈물을 힘들게 참으면서 "상대도 잘 싸웠다. (내가) 더 잘했으면 되는 건데, 그걸 하지 못해서 내가 졌다고 생각한다.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이다빈은 "부상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것들만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 상대 분석은 정말 잘 됐다고 본다"며 "1라운드에서 원래 내 폼이 아닌 반대로 자세를 취해서 상대를 압박했다. 주먹 공격, 근접전을 시도해 점수를 내고 주도권을 가져오는 전략이 먹혔다"고 돌아봤다.

이다빈은 이제 파리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노린다. '그랜드슬램'이라는 또 한번의 역사에 도전한다. 그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