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사람이좋다' 루나, f(x)→솔로가수…그의 해피엔딩 #설리 #악플 #공황장애 [종합]

김수현 기자

기사입력 2020-03-03 22:16 | 최종수정 2020-03-03 22:17



[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 기자] 걸그룹 f(x)부터 솔로가수가 된 루나의 일상과 고민이 공개됐다.

3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람이좋다'는 '기필코 해피엔딩 가수 루나' 편이 그려졌다.

데뷔 11년 차 가수로 2009년 f(x)로 데뷔한 루나는 MBC '복면가왕'의 1대, 2대 보컬까지 하며 보컬리스트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작곡가 윤일상은 루나에 대해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있었나'했다. 삶의 여러가지 희로애락을 잘 표현해서 20대 여성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루나를 기억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과 만난 루나는 서로에 대한 애칭으로 엄마-딸이라 부른다고 밝혔다. 최정원은 "분장실에서도 루나는 저에게 엄마라고 부른다"며 "(루나는) 치아 20개가 다 보일 거 같은 느낌의 밝은 모습으로 기억된다. 무대에서 만났을 때 더 좋다. 소피역 오디션에 캐스팅됐다고 들었을 때 '진짜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뮤지컬 '레베카'에서도 활약한 루나는 2011년 '금발이 너무해'로 뮤지컬에 데뷔했다. 이후 2018년 국제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신인상까지 수상하며 뮤지컬 배우로서도 사랑받았다. 최정원은 "1년에 한 번은 뮤지컬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가 끊임없이 함꼐 할 수 있는 작품을 같이 오디션 보자고 할 거다"라고 말했다.

일상 속 루나는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했다. 별명이 루줌마(루나+아줌마)라는 루나는 "나는 지금 피자를 먹고 있다"며 자기 최면을 하는 인간적인 면모도 보였다. 오랜 연습생과 자취생활을 한 루나는 직접 옷을 꿰매는 등 집안일에도 능숙했다.


이어 등장한 루나의 쌍둥이 친언니 박진영. 2분 37초 차이로 태어난 쌍둥이 루나 자매는 공통점이 있었다. 루나의 언니는 합창단원으로 같은 음악의 길을 걷는 쌍둥이 자매였다. 서로 다이어트를 돕는다는 루나 자매는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박진영은 루나가 오랜만에 밥을 챙겨먹자고 하자 이것 저것 해준다고 말하며 "먹는다고 할 때 잘 챙겨줘야 한다. 원래 거의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진영은 "아이돌이 정말 힘든 것 같다. 노래도 잘해야 되는데 날씬하고 예뻐야 한다"고 한탄했다. 그는 "제 동생이랑 저랑 다른 점이 제 동생은 뭔가 하나를 시작하면 너무 진지하다. 그래서 '내가 이걸 완벽하게 착 해내야 돼' 이런 게 있고 저는 그냥 편하게 마음 먹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느 날 밤에 영상통화로 연락이 왔는데 그때 처음으로 힘들다고 하더라. 힘들어도 어쨌든 일을 해야 하니까 참고 있는 거였더라. 그러다 작년에 그게 터졌다"라고 동생을 걱정했다.

13세부터 시작한 연습생 생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자라난 루나는 "그 당시에 제가 많이 힘들어했다. 그리고 보기와 다르게 공황장애가 왔었다. 신체적으로 왔었다. 차를 타는 순간 손발이 떨리고 말이 없어졌다. 너무 떨리고 무서워서 차를 못탔다"고 고백했다.

자신에 대한 기사에 댓글이 없는 게 좋다는 루나는 "댓글을 아예 막아놓는 게 낫다. 댓글 몇 개 달렸나 좋아요 몇개 눌렸나 이런거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악성 댓글이 많이 달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제가 10대였지 않냐. 제가 멤버들보다 키가 작았고, 그래서 더 통통해 보이는데 댓글에서는 맨날 다리가지고 이야기를 했다. 제 다리에 대한 인신공격들이 많이 올라왔다. 얼굴 성형했다는 말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루나의 반려견 '밥이'에 대해서는 "f(x) '핫섬머' 때 유기견 입양하는 곳에서 데리고 왔다. 설리가 예전에 너무 괴로워해서 엄마랑 '강아지를 한 번 키워보자'해서 데리고 온 강아지가 밥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설리. 루나는 "길거리에서 주저앉아서 울었다. 설리가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반말을 했다. '언니 나 언니 보고 싶어'하고. 진짜 오래 참고 참다가 보낸 메시지라는 게 너무 느껴져서 언니로서 너무 미안했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얘기할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 댁에 간 루나는 "할머니댁 손님들 오면 여기서 주무시는데 죄다 제 사진이다"라며 손님방을 소개했다. 방은 2019년에 나왔던 자작곡 '운다고' 앨범 재킷부터 f(x) 활동 당시 사진까지 루나의 모습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루나는 "이런 걸 보관해놓길 잠 잘했다"고 뿌듯해했다.

루나의 가족들은 "처음에 선영이가 아이돌이 됐을 때는 놀랐는데 벌써 아이돌이 끝났다"고 농담했다. 루나는 "그래, 난 이제 물러나줘야지"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루나의 아버지는 유년시절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다른 연습생 부모들은 서포트를 잘해줬다. 그런데 그때는 집에 차가 없어서 밤늦게 연습이 끝났는데도 저희는 데리러 갈 수가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루나의 어머니 역시 "'내 뱃속에 다시 들어왔다가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아기 때부터 다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그 어린 시절을 돌봐주고 싶은 마음에"라며 "아이가 어느 날 충격을 쓰나미로 받나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자기 자신을 자폭해버리더라. 세상에 미련이 없더라"라고 걱정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일찍 철이 든 루나는 "순대국집을 하던 엄마의 손을 잡았는데 엄마가 아파서 제 손을 제대로 못 잡으시더라. 내가 희생해서라도 우리 가족을 일으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친구도 사귀지 않았다. 혼자 독방에 가서 정말 연습만 했다. 난 꼭 데뷔해서 성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털어놓았다.

루나는 꽃집에서 파란색 안개꽃을 샀다. 그는 "지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 맨 마지막 머리색도 파란색이었다. 파란 안개꽃을 샀다"며 "이제 안 울 때도 됐는데. 이제 울면 안 되는데"라면서도 멀리 떠난 친구 앞에 서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루나는 친구 이지은 앞에서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난 친구다. 모든 추억을 함께 한 친구였다. 설리가 떠나고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며 친구에게 "이번에 가족 여행 갔다 왔다. 같이 가기고 하지 않았냐. 네가 없으니까 너무 어색했다"라고 오열했다. 이어 "저한테 가족이었다. 실제로 저희 집에 같이 살았었고 저한테는 둘도 없는 친구였다. 삶이 너무 괴로웠나 보다"라고 슬퍼했다.


가수의 꿈을 키웠던 친구는 루나처럼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다. 루나는 "작년에 사고로 친구를 잃었다. 저랑 너무 비슷한 친구였다. 그래서 서로 의지를 많이 했었고 우리 둘이 같이 잘 이겨내서 잘 살자 했다. 잘 살자고 이야기 했었는데 그날 그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고 친구를 기억했다.

루나는 친구의 죽음 앞에 "내가 왜 그때 잠을 잤을까. 왜 피곤해서 잠이 들었을까. 고작 한 시간 사이에 생긴 일인데. 그런 생각과 후회도 많이 든다. 너무 보고싶다"고 힘들어했다.

한강을 찾은 루나는 "제가 연습생 때부터 힘들거나 고민 있을 때마다 왔던 곳이 여기다. 여기서 잠도 자고 뭘 먹기도 했다"며 "소속사에서 여기까지 걸어오면 왕복 2시간 30분이다.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왔다. 연습하다가 잘 안되면 여기 와서 빽빽 소리 지르며 노래도 했다"고 자신만의 추억의 장소를 공개했다.

엄마를 위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루나. 그는 "요리를 잘한다"며 "제가 하는 요리를 친구들도 다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치볶음밥 같은 간단한 요리는 한다는 말과 달리 서툰 손놀림을 보였다.

루나는 공황장애로 인한 약을 계속해서 챙겨 먹어야 했다. 루나의 어머니는 "약이 보이면 안된다. '내가 이걸 다 먹어야 하는 거야?'하는 생각을 하니까 숨겨놨다가 조금씩 분리해서 이틀, 사흘 갖고 있다가 펼쳐서 보여준다. 그럼 딸이 '조금밖에 안되네' 생각하지 않냐. 이걸 다 꺼내놓으면 보고 놀란다"며 딸을 챙겼다. 병원을 혼자 가는 연습을 시작한 루나. 엄마는 엘리베이터 앞까지 마중 나가며 루나를 걱정했다.

개인 방송으로 팬들과 만난다는 루나는 "이런 무대가 더 살아있는 거 같고 저랑 더 잘 맞는다. 팬들과 서로 다이렉트로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며 루나의 '달빛 콘서트' 방송을 소개했다.

루나는 방송에서 "최근 근황에 대해 저는 요즘 많이 궁금하셨을 거 같은데 코로나 때문에 많은 행사와 뮤지컬이 취소가 됐다. 그래서 잠시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게 돼서 기쁘다"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그는 "친구들을 위해서 그들의 몫까지 노래하고 싶다"며 "바쁜 지금이 행복하다. 제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은 별거 없다. 정말 사소한 일에도 웃을 수 있고 기뻐할 수 있고 사소한 재미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것.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라. 그게 바로 해피엔딩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루나는 부모님께 "나 약하지 않아 엄마 아빠 아파도 기필코 잘 이겨내볼게"라고 말했다.

shyun@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