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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안산 단원고 학생 및 교사 포함 승객 304명이 사망한 세월호 참사,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진심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유가족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플롯을 작성하고 트리트먼트를 거듭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한 '생일'은 결코 가볍지 않게, 또 너무 어둡지 않게 담아내 눈길을 끈다.
특히 이런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을 뒷받침하는 '명품 배우' 전도연의 열연은 남은 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창동 감독의 '밀양'(07)을 통해 한국 배우 최초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으로 등극한 전도연. '생일'은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그의 용기와 도전이 담뿍 묻어난 또 다른 인생작이다.
극 중 아들을 잃은 상처를 묵묵히 견뎌내며 딸 예솔(김보민)과 살아가는 엄마이자 인생의 큰 비극 속에 가족을 지키지 못한 남편 정일(설경구)에 대한 원망을 가진 여자를 연기한 그는 풍부한 감성과 깊이 있는 연기로 진심을 전해 눈길을 끈다. 앞서 '밀양'을 통해 자식 잃은 여자의 극한 비극을 선보인 그는 '밀양'과 또 다른 감성으로 스크린 가득 뭉클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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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시나리오 읽기 전에는 어떻게 쓰였을지 걱정했다. 자극적이거나 정치적일 수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이 걱정된 것은 사실이다. 많은 분이 '시기적으로 지금 맞는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고 나 역시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게 지금 맞느냐, 안 맞느냐라는 것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였고 지금 만들게 된 이야기다. 그래서 지금이 그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것에 대해 "이창동 감독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작품을 선택한 뒤 이종언 감독이 이창동 감독의 제자였다는 걸 알았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영화라는 걸 나중에 알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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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정적으로는 다 힘들었다. 모든 신에 진지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종언 감독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오해가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징검다리 건너듯 하나씩 두들겨 가며 연기한 것 같다"며 "사실 가장 무서웠던 건 유가족이었던 것 같다. 그분들은 살고 계시고 살아가야 할 사람들인데 그분을 직접 본다는 게 조금 무서웠다. 그분들에겐 어떤 말이 위로가 될 줄 모르겠더라. 솔직하게 '생일'을 촬영 뒤 안 뵙고 싶다고 말을 하기도 했다. 유가족 시사회하고 난 뒤 무대인사를 갔는데, 차마 극장 안에 못 들어가겠더라. 다 울고 계셔서…. 인사를 한 뒤 무대 아래로 내려왔는데 어머니들이 손수 수를 놓아 만든 지갑을 선물해 주시면서 내게 '감사하다'고 하더라. 무섭다고 느끼고 부담스럽다고 느끼기만 했는데 그 순간 죄스럽다고 생각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무엇보다 전도연은 '생일'에 임한 마음가짐에 대해 "거창한 의무감과 책임감은 아니었다. 이 영화에 동참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힘들게 선택한 작품이지만 이 선택에 대해 스스로 고맙다고 생각이 든다. 강압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다. 사명감, 책임감도 아니다. 그냥 따뜻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나 역시 이웃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감히 이 소재에 다가가거나 무언가를 흉내 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럴 수 있는 이야기가 아녀서 시나리오에 더 집중했다. 오직 시나리오에서 느껴지는 순남의 감정에만 집중했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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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생일'을 고민할 때 '밀양'의 신애도 고민됐던 지점이 있었다. '밀양' 이후 자식 잃은 엄마의 역할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있었다. 이종언 감독에게 그런 고민을 말했을 때 '밀양'과는 다른 감정이라고 하더라. 말로는 설명이 다 안 됐다. '생일'의 순남을 연기할 때 나 역시 아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면 '밀양' 때는 뭘 해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든 파고들려고 했다.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정말 자식을 잃은 엄마 캐릭터는 안 하고 싶다. 왜 그렇게 자식을 잃은 엄마의 역할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를 잃은 엄마를 연기한 '밀양' 당시 감정을 회복하는데 많이 힘들었다는 전도연은 이번 '생일' 역시 트라우마로 심적 고통이 컸다는 후문. 전도연은 "'생일' 촬영이 끝나고 난 뒤 몸이 많이 아팠다. 몸을 쓰는 영화도 아니었는데 감정적인 소모가 심했는지 힘들더라. 잘 때 끙끙 앓으면서 자고 그랬던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감정적인 소모가 커서 육체적으로까지 체력적으로 무리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나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김용훈 감독) 촬영이 있어서 추스르고 촬영하기에 바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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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예전에는 아니었는데 지금은 '지천명 아이돌'이지 않나? 예전보다 훨씬 더 남자로서 매력이 느껴지더라. 예전에는 그 매력을 잘 몰랐다. 나이 들면서 멋있게 나이 먹는 게 쉽지 않은데 '멋있게 잘 나이 들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며 "어떤 작품이건 캐스팅에 대해 배우와 통화를 하지 않는다. '생일' 또한 캐스팅은 내가 고민했던 부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생일'은 설경구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편하고 힘든 영화일 텐데 설경구와 서로 의지하면서 촬영하면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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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가세했고 '시' '여행자' 연출부 출신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매니지먼트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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