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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월드컵사에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늘 특별했다.
하지만 도전을 멈출 수는 없다. 주세종(아산)은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는게 맞다"고 했다. 승부에 절대는 없다. 예기치 못했던 실낱 같은 희망도 있다. 독일도 이번 대회 흔들리고 있다. 멕시코와의 첫 경기에서 0대1로 패했고, 스웨덴과의 2차전은 2대1, 가까스로 이겼다. 우리가 알던 강력하던 독일이 아니다. 주축들은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신음하고 있고, 스피드는 현저히 떨어졌다. 공략 포인트가 보인다. 난공불락이 아니다.
그래서 더 적극적으로 맞섰으면 좋겠다. '투혼'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투혼'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냉정히 말해 '투혼'은 끊임 없이 성장하는 세계적 수준이 축구에 맞설 수 있는 한국의 무기가 더이상 아니다. 과거 투혼은 단지 패배의 아픔을 잠재워주는 마취제였고, 우리가 세계에 그나마 한걸음 다가설 수 있다고 착각하게 해주는 환각제였으며,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일회성 처방에 불과했다. 터지고 깨져가며 온 몸을 날려 '졌잘싸'라고 자화자찬 한들, 한국축구가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세계적 수준과 단 한걸음의 격차도 줄이지 못했다. 오히려 멀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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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가 실패여도 괜찮다. 독일과 현실적 수준 차가 어느 정도 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다시 출발선상에 서면 된다. 16강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베스트 전력의 '월드챔피언'과 정면 충돌해볼 수 있는 상황은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다.
지난해 U-20 월드컵이 끝나고 신 감독을 만났다. 그는 당시 이렇게 말했다. "언제까지 한국축구가 세계를 상대로 물러서기만 할 것인가. 그러면 배우는 것도 없다. 깨지더라도 부딪혀보면 우리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나에게 기회가 온다면 공격적으로 세계와 붙어보고 싶다."
100% 맞는 말이다. 그 말의 실천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아쉬움은 이 같은 신 감독의 다짐이 아직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표출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춤주춤 물러서다 벼랑 끝에 선 한국 축구. 독일전 해법은 '투혼'이 아니다. 육탄방어를 위해 몸을 날려봐야 이전 2경기 처럼 VAR에 걸려 페널티킥을 허용할 뿐이다. 한골 먹으면 한골 넣겠다는 각오로 전진해야 한다. 독일전이야말로 신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신공(신나는 공격)'이 필요할 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