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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캡틴 리오넬 메시(31). 두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메시는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그는 2006년 독일 대회를 시작으로 벌써 네 차례나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웃음보다는 눈물이 더 많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2015년 코파아메리카, 2016년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까지 3연속 준우승에 머물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칠레와의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결승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하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국민의 간곡한 호소 끝에 다시 한 번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축구 인생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겠다는 각오다.
시작 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크로아티아,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와 D조로 묶였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절대적 우위가 예상됐다. 여기에 '절대 에이스' 메시를 비롯해 세르히오 아게로, 앙헬 디 마리아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최전성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아게로는 맨시티 소속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디 마리아는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을 입고 프랑스 리그1을 제패했다. 메시의 후계자로 불리는 파울로 디발라 역시 무럭무럭 성장해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메시 딜레마다. 만주키치(크로아티아)의 인터뷰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만주키치는 2차전을 마친 뒤 "메시는 상대 입장에서 매우 막기 어려운 선수다. 이번 승리는 메시가 공을 못잡게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시는 크로아티아전에서 상대의 수비에 막혀 유효 슈팅 0개라는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상대는 메시만 막으면 승산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플랜B가 없었다. 아게로, 디 마리아 등도 월드컵에서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아게로는 크로아티아전에 선발 출격했으나, 경기 시작 21분11초 만에 처음으로 볼을 잡았다. 그는 이날 54분 동안 한 차례 유효슈팅만 시도했을 뿐이다.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경기에서 1무1패. 그야말로 탈락 위기다. 아르헨티나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짐을 싼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마지막이다. 이후 치른 세 차례 대회에서는 준우승(2014년)과 8강(2006, 2010년)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는 27일 나이지리아와 최종전을 치른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