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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당뇨를 앓고 있는 김모(65)씨는 특별한 이상증상은 없었기 때문에 합병증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시야가 흐려지고 검은 점이 보여 안과에 갔더니 당뇨합병증 중 하나인 '당뇨황반부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노안으로 눈이 침침해진 줄 알았는데 당뇨합병증이라는 사실과, 자칫 실명에 이를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국내 당뇨병(糖尿病) 인구는 2010년 202만명에서 2015년 252만명으로 5년 새 50만명이나 늘었다. 당뇨병은 혈액속의 포도당 수치가 정상인보다 높게 지속되는 질환으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발병 후 진단받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다.
당뇨병관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평생 완치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질환이 됐다. 하지만 그만큼 잘못된 상식도 많은 질환이다. 전문가들의 조언과 최신 연구결과를 통해 당뇨병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과 도움이 될 진실에 대해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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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병명처럼 소변에 당분이 많이 섞여 나오는 것으로 혈액에 당분(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아 이상이 발생한 질환이다. 당분으로 끈적끈적해진 혈액이 혈관을 망가뜨려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혈당 과다증'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가 휘발유를 연소시켜 주행하듯, 사람은 혈액 속의 포도당(혈당)으로 움직인다. 음식물이 위에서 분해되고 소장과 간을 거쳐 혈관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사람들이 농담처럼 사용하는 "당 떨어졌다"거나 "당이 필요해"라는 말도 근거 있는 진실인 셈이다.
포도당은 혈액에 섞여 있다가 에너지원이 필요한 온몸 세포에 공급된다. 이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포도당을 혈관 바깥의 세포로 이동시킨다.
혈당치는 식사량 등에 따라 수시로 변하지만, 늘 일정한 범위(70~150㎎/㎗) 안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해지면 포도당이 세포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에 과잉 상태로 남게 되며 혈당치가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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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인슐린의 포도당 이동 기능이 떨어지면 당뇨병이 시작됐음을 뜻한다. 췌장은 인슐린을 정상보다 많이 분비한다. 하지만 췌장이 지쳐서 망가지면 인슐린 분비량이 줄어든다.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는 시점부터를 당뇨병으로 본다.
당뇨병 여부는 혈액검사로 진단한다. 공복 혈당이 126㎎/㎗ 이상인 경우, 다뇨(多尿·하루 소변량이 3~5L 이상), 다음(多飮·물을 많이 마심), 다식(多食·폭식하는 습관이 생김) 등 '3다 현상'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잰 혈당이 200㎎/㎗ 이상인 경우가 당뇨병에 해당된다.
인슐린 기능이 고장 나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만과 운동 부족, 고단백·고지방식 위주의 불규칙한 식사, 장기간의 심한 스트레스, 스테로이드성 약물 과용 등이 당뇨병 발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가족력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면 자녀의 25%, 둘 모두 당뇨병이면 50% 정도가 당뇨병에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뇨로 진단받으면 약물치료와 생활요법을 통해 평생 혈당을 조절해야 한다. 혈당 강하제는 당뇨병 초기에는 잘 듣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효과가 떨어져 결국 환자 스스로 인슐린 주사를 놓게 된다. 인슐린 기능이 고장나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는 불가능하다.
약물치료와 함께, 금주·소식·유산소 운동 등의 생활요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생활요법을 소홀히 하면 혈당 강하제나 인슐린 주사를 써도 병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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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자체도 힘든 질환이지만 당뇨병이 무서운 이유는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합병증은 신장합병증과 신경병증동반합병증, 눈합병증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혈관 내 노폐물을 거르지 못해 발생하는 '신부전증'과 발의 감각이상 및 손상을 악화 시키는 '당뇨발', 시력을 빼앗는 '망막증', 혈관을 막아 고혈압 등을 유발하는 '심·뇌혈관합병증' 등이 있다.
2015년 기준 당뇨병으로 진단 받은 환자들 중 약 14.2%(35만6000명)가 눈 관련 합병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당뇨황반부종'은 방치할 경우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황덕진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장은 "당뇨황반부종의 대표적인 증상은 시야가 흐려지고 침침해지며,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이라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증상이 개선되지 않아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당뇨황반부종에 걸리면 의료비 지출도 커진다. 당뇨황반부종 환자들은 당뇨황반부종이 없는 당뇨병 환자들에 비해 의료비 등에 연간 2배 정도 높은 직즐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덕진 교수는 "환자가 간단하게 증상을 확인하는 방법 중 하나로 '암슬러 격자'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며 "한 눈을 가리고 한 눈씩 격자를 바라보았을 때 촘촘한 격자무늬가 전체적으로 고르고 균등하게 보이면 정상, 일부분이 뒤틀려 보이거나 검은 점이 보인다면 당뇨황반부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만약 암슬러 격자가 없다면 TV나 모니터 화면의 테두리를 보거나 화장실 벽의 네모난 타일을 보면서 선이 휘어 보이는 등의 이상 증상이 있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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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대외(진료)협력센터장 겸 가정의학과 과장은 "당뇨병 전 단계나 당뇨병 환자에게는 개별화된 임상영양요법 교육을 반드시 해야한다"며 "최근 미국당뇨병학회 표준치료지침에서도 임상영양요법이 의료비 절감뿐만 아니라 병을 호전시킨다고 밝힌바 있다"고 전했다.
황 교수는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크롬이 당뇨병을 완치시켜주는 물질이라는 과장 광고가 많은데 모든 당뇨 환자에게 보충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황희진 교수는 "당뇨병의 1차 치료제인 메트포민을 장기간 복용할 경우 심혈관 및 뇌혈관을 비롯한 전신 혈관질환, 보행 및 균형 기능감퇴, 우울감, 인지력 손상, 골밀도 감소를 초래할 수 있어 시중에서 판매중인 고함량 활성비타민 B군 복합제제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혈당조절 기능성을 인정한 건강기능식품들은 인슐린 저항성 등을 개선시켜 혈당 유지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결코 당뇨병 치료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 분비는 정상적으로 되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다. 인슐린 저항성은 비만이 직접적인 요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운동은 식사 후에 하는 것이 좋고, 혈당 관리를 위해 무조건 소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장이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공복 상태로 운동하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식후에 운동해야 하며, 보통 식사 1시간 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운동 전 혈당을 쟀을 때 100이하로 나오면 미리 약간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혈당이 250이상으로 높게 나오면 운동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18세 이상 성인의 경우 중간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이상 혹은 높은 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75분 이상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65세 이상인 경우 혹은 동반돼 있는 질환에 따라 운동량을 조절해야 한다.
일주일에 3일은 운동해야 하며 이틀 연속 운동을 쉬지 않는 것이 좋다. 높은 강도의 운동으로는 달리기, 에어로빅, 등산 등이 있고 중간 강도의 운동으로는 빨리 걷기, 배드민턴, 볼링 등이 있다.
운동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저혈당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예방책으로 사탕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으며, 되도록 운동 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혈당이 올라갈 것을 걱정해 적게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활동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열량에 맞춰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하고, 되도록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싱겁게 먹는 것이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되며 당질이 많이 포함돼 있는 음료수나 요구르트, 설탕 등은 피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은 환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영양사와의 상담을 통해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장이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심한 갈증으로 물을 많이 먹게 되거나,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잘 먹는데도 오히려 체중이 빠지는 증상은 고혈당일 경우 생기는 증상이므로 평소 잘 체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