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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대형 신인그룹 엑소(EXO)로 인해 훈훈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신곡 '12월의 기적'이 온갖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다시 한번 화제몰이에 나선 덕이다.
진화하는 신인 발굴 시스템의 현주소를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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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다양한 사업과 시도로 시선몰이를 했던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 그런 YG가 신인 남자그룹의 데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 '후 이즈 넥스트:윈(Who Is Next:WIN, 이하 '윈')'으로 또 한번 야심찬 첫 발을 내디뎠다.
'윈' 프로젝트가 발표될 때 업계는 '역시! 양현석'이란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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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이는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수지타산이 맞는 프로젝트. YG는 '윈'을 제작 방송한 케이블채널 Mnet에 프로그램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신인 그룹의 홍보비로 생각하면 그리 손해나는 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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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덕에 '윈'을 통해 탄생한 그룹 위너의 인기는 본격 데뷔전을 치르지도 않았는데, 이미 웬만한 기성가수를 능가한다. 지난 2일 열린 일본 첫 단독 팬미팅에는 8000여 팬이 몰렸고, 이 기세를 몰아 빅뱅이 해외 아티스트로서는 최초로 개최하는 일본 6대 돔 투어의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한류의 영향권으로 진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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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은 최근 새로운 스타 인큐베이팅 시스템의 전격 도입을 선언했다. 최근 론칭한 '에스엠루키즈(SMROOKIES)'는 SM에서 트레이닝을 받으며 데뷔를 앞두고 있는 프리데뷔팀을 의미하는 신개념 예비스타 브랜드다.
지난 3일 페이스북 SMTOWN, 유튜브 SMTOWN 채널, 트위터에 '에스엠루키즈' 중 슬기(19세), 제노(13세), 태용(18세) 등 3명의 콘텐츠를 오픈한 것을 필두로, 추후 론칭될 홈페이지 및 여러 공식 채널을 통해 루키들의 다양한 콘텐츠를 오픈, 대중과 호흡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면 앞서 YG에 비해 훨씬 정교한 시스템이 눈에 들어온다. '위너'는 배틀에 참여할 두 팀의 구성을 이미 YG가 결정, 팬들에겐 데뷔 선택권만을 줬다. 반면 '에스엠루키즈'는 '프로슈머의 시대'라는 트렌드에 맞게 '코크리에이션(Co-Creation)' 시스템을 더욱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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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이 과정을 통해 '에스엠루키즈'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로 메이킹할 수 있다는 점. 앞서 '윈'이 하나의 이벤트성 프로그램으로 '위너'라는 신인그룹을 매출하면서 그 생명을 다 했다면, SM은 '에스엠루키즈'를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면서 자체 홍보 효과를 배가시키면서 이후 무궁무진한 발전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됐다. 역시 지존 이수만다운 '신의 한 수'라 할 수 있다.
한편 '에스엠루키즈'를 통해 공개되지 않은 연습생들은 기존의 SM 스타들과 같은 방식으로 데뷔한다. 이로써 SM은 신개념 예비스타 브랜드 '에스엠루키즈'의 운영과 기존의 방식을 병행하는 스타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 온오프라인에서 가요계 명가로서 자리를 굳힐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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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와 SM의 경우에서처럼 연습생을 수년간 힘들게 키우고, 그 중에서도 또 고르고 골라 데뷔를 시키는 '고전적'인 신인 발굴 형식의 다변화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중소형 기획사들의 경우 이 같은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수년간 빈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연습생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데뷔 과정부터 화제몰이에서 이렇게 밀리게 되면 이후 더 어려운 싸움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알'이 든든한 SM이나 YG처럼 무조건 판을 키울 수도 없다.
따라서 SM의 대세 굳히기에 가까운 이번 프로젝트 발표에 가요계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YG '위너'의 경우, 일회성 '깜짝 프로젝트'의 느낌이 강했다면 SM은 진화한 시스템의 구축 자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에스엠루키즈'가 가져올 가요계 변화에 시선이 쏠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견기획자들도 이번 SM의 새로운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상당히 놀라고 당혹스러워하는게 사실"이라고 밝힌 한 관계자는 "성공이야 떼어 놓은 당상이고, 그 파급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현재로서는 감도 안잡힌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이 새로운 시스템의 결과에 따라 중소형 회사들도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게 될 것이다. 신인 발굴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여러 회사가 손을 잡는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는 일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고 밝혔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