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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명 중 7명, "김병현 동작 문제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06-28 14:11 | 최종수정 2012-06-28 16:30


26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두산전. 3회초 두산 최주환 타석 때 김진욱 감독(왼쪽에서 두번째)이 넥센 김병현의 투구 폼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주목받는 넥센 히어로즈 투수 김병현이 보크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진욱 두산 감독이 26일 목동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김병현의 투구 동작을 문제삼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병현은 주자가 있을 때 세트포지션에서 축이 되는 오른발을 살짝 들었다 디딘 후 공을 던지는 습관이 있는데, 김 감독은 습관적인 동작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자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기만 행위가 될 수 있다. 발을 살짝 떼는 동작이 타자에게 던지기 위함인지, 주자에게 견제구를 던지기 위함인지 상대방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 보크가 맞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병현은 올시즌 거둔 2승을 모두 두산전에서 챙겼다.

김 감독이 어필을 하기 전까지 어느 팀도 김병현의 이 동작을 거론하지 않았다. 포수 출신으로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 감독을 역임한 이토 쓰토무 두산 수석코치가 처음 지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규칙 8.01조 (b)항은 세트포지션에서 축이 되는 발에 대해 '세트포지션에서 중심발은 전부가 투수판 위에 놓이거나 투수판 앞쪽에 닿아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칙 [주2]는 '일단 두손으로 공을 잡고 정지하면 잡은 위치를 이동시켜서는 안되고 완전하게 신체의 동작을 정지하여 목 이외에는 어느 곳도 움직여서는 안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병현의 오른발 움직임에 관련된 규칙이지만, 습관적인 동작에 대해서는 보크를 주기 어렵다는 게 심판진의 입장이다.

김진욱 감독은 보크라고 하고, 심판은 아니란다. 그렇다면 제3자의 의견은 어떨까. 스포츠조선이 투수 전문가 10명에게 설문한 결과 절대다수인 7명이 "문제가 있다"고 했다.


26일 목동 넥센-두산전. 1회초 두산 정수빈에게 안타를 허용한 넥센 김병현이 다음 타자인 윤석민을 상대하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문제가 될 수 있다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과 손 혁 MBC스포츠+ 해설위원, 이용철 KBS N 해설위원, 정민철 한화 투수 코치, 이강철 KIA 투수코치, 성 준 SK 투수코치, 이효봉 XTM 해설위원 등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습관 여부를 떠나 투구 동작에서는 규정 외 행동을 하지 말아야한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해 지적하곤 했던 김성근 감독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동작이다. 심판진이 좀 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심판진이 아니라고 결론을 냈지만, 보크가 될 수 있는 동작이라는 얘기다.

이용철 위원도 "주자는 투수의 발 동작 하나 하나를 보고 움직이는데, 습관이라는 말로 합리화할 수 없다. 미세한 동작, 큰 동작을 떠나 규정에 어긋나면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용철 위원은 또 "김병현을 처음으로 상대할 팀, 선수도 많은데, 논란이 된 동작이 선수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 혁 위원은 "상대를 속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면서도 "기본적으로 마운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보크로 지적될 수 있다. 김병현이 신경쓰지 않으려면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했다.

정민철 코치는 "현재 규정상 보크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고, 성 준 투수코치 또한 "룰은 룰이다. 주자가 있을 때 그런 동작을 하면 이중동작이라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정을 봐주기 시작하면 룰이 무너진다"고 했다.

이강철 코치와 이효봉 위원도 원칙을 강조했다.

허용할 수 있는 범위다

반면, 윤석환 SBS ESPN 해설위원과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투수들마다 몸에 밴 버릇 내지 투구폼이 있는데, 상대팀 선수에게 크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동작이 아니라면 넘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26일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김병현이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윤석환 위원은 "그 동작에서 견제를 한다면 몰라도 공을 던지는 데는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며 "그렇게 던진다고 해서 공의 스피드가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투구 리듬을 맞추기 위한 동작이다. 예민하게 반응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양상문 위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양상문 위원은 "반동을 주기 위해 투구판을 의식적으로 디디는 것이라면 보크다. 그런데 김병현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투구시 모든 것들이 항상 일정한 투구폼을 유지할 때는 보크를 주지 않는다. 김병현이 처음 왔을 때 나도 그 장면을 보고 괜찮을까 싶었는데, 계속 보니까 전혀 무리한 동작이 아니다. 1루 견제할 때는 오른발이 투구판에 붙어있기 때문에 역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허구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심판부가 기만행위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그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투구 습관 고치기 어렵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심판진이 문제가 없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투구 습관을 고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민태 넥센 투수코치는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2군 경기 때 지적이 나왔을 것이다.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보크를 주장하는 건 선수 흔들기 밖에 안 된다"고 했다.

사실 보크 규정을 엄격하게 따지면 논란이 될 수 있는 투수가 적지 않다. 정민태 코치는 이어 "두산 홍상삼의 경우 세트 포지션에서 아래쪽에서 두 손을 모았다가 올리며 잠시 멈췄다가 공을 던지는 데 이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는 것이다. 김병현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사실 메이저리그에서 별 문제가 없었고, 지금 와서 투구 습관을 고치기도 어렵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김병현이 보크 논란에 신경쓰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공을 던지겠다고 했다.

당분간 김병현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그의 오른발에 시선이 집중될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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