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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비하인드스토리]500만원짜리 '가짜 고수', 어디에 썼나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0-11-30 15:25


고수가 자신의 얼굴을 본뜬 더미 옆에서 장난스럽게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이 진짜 고수, 오른쪽은 더미다. 사진제공=영화사 집

고수의 더미는 이 뒷골목 격투 장면에서 고수가 담벼락에 얼굴을 부딪칠 때 쓰였다. 사진제공=영화사 집

자신의 더미가 신기해 "집에 가져가 보관하고 싶다"고 한 고수. 사진제공=영화사 집

"촬영할 땐 무서워서 천으로 가린 채 앉혀놓았어요."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초능력자'의 최근 공개된 미공개 스틸 중에 재미있는 사진이 있다. 주인공 고수가 눈을 감고 나란히 있다. 얼굴은 물론 입은 옷까지 똑같아 구별이 어렵지만, 한 쪽은 사실 더미(dummy: 영화 촬영을 위해 실물과 비슷하게 만든 인형)다. '초능력자'에서 피흘리고 맞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은 고수지만, 더욱 과격한 신에선 더미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고수는 이 더미가 너무 신기해 "집에 가져가 보관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스태프들은 사람같은 모습이 무서워 촬영 때는 천으로 가린 채 구석에 앉혀 놨다. '초능력자' 제작진이 이 실감나는 더미에 대한 뒷얘기를 들려줬다.

'가짜 고수'의 가격은 500만원대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얼마면 '가짜 고수'를 장만할 수 있는지다. '초능력자'의 송대찬 PD는 "이번 고수 더미는 500만원 정도"라고 밝혔다. 상당히 고가지만, 더미치곤 싼 편이다. 인체 해부를 다루는 등 보다 섬세한 화면이 필요한 경우에 쓰는 전신 더미는 1000만원 정도다. 이번 고수 더미는 얼굴만 석고 본을 떠 새로 만들고, 몸은 원래 있던 더미를 재활용했다. 실제 인물과 비슷한 크기지만, 속이 석고로 차 있기 때문에 생갭다 무겁지는 않다. 겉의 피부 재질은 밀랍 등 특수 소재로 되어 있는데, 더미인 만큼 표정 변화가 없기 때문에 머리카락이나 눈썹 등은 하나하나 손으로 심어서 섬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녹아내리기 때문에 장기간 보존은 불가능하다. 고수가 집에 가져가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볼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담벼락에 충돌 뒤 세운상가에서 뛰어내려

세밀한 과정을 거쳐 만든 고수의 더미지만 소화한 연기는 터프하기 그지없었다. 더미는 초인(강동원)이 뒷골목에서 규남(고수)의 얼굴을 담벼락에 갖다 문지르는 잔혹한 장면에서 쓰였다. 담벼락이 워낙 까칠해 실제 사람 얼굴은 조금만 스쳐도 상처가 날 정도였기 때문. 이 장면에서 쓰인 더미는 나중에 초인이 세운상가에서 지나가던 많은 사람들을 상가 바닥에 떨어뜨려 죽이는 장면에서 재활용(?) 됐다. 아래층에서 고수가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동안 고수의 더미는 위층에서 다이빙해 장렬한 최후를 맞은 셈이다. 보통 더미는 제작된 뒤 처음에는 손상이 적은 장면을 찍은 뒤 나중에 심하게 파손될 법한 장면에서 사용된다.

공포영화도 아닌데, 차 문만 열면 '으악'

'초능력자'에는 고수의 더미뿐 아니라 어린 아기의 더미도 쓰였다. 규남이 지하철 역에서 초인의 조종으로 위험에 빠진 아기를 구하는 장면이었는데, 실제 아기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 더미를 승용차에 싣고 다녔는데, 어쩌다가 자동차 뒷문을 연 사람마다 아기 더미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를 반복했다고. 송 PD는 "워낙 많이 놀라서 안 보이게 트렁크에 넣을까도 했는데, 어쩌다 트렁크를 열면 더 놀랄 것 같아 그냥 시트에 싣고 다녔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모두가 무서워한 것은 아니었다. 고수는 자신의 더미를 보고 "너무 신기하다"며 눈을 떼지 못했고, 더미 옆에서 똑같이 눈을 감고 포즈를 취한 뒤 사진까지 찍으며 흥미를 보였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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