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95)
기사입력 2000년 01월 16일 15시 20분
"좋습니다. 오타니 외무대신. 중국이 대만과 결탁한 이상 더욱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중국이 국제 여론을 선동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오타니 외상의 보고를 받은 수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번 더 당부했다. 고작 다케시마를 얻기 위해 수상과 내각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총리대신. 현재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측은 무분별한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섬의 원래 모습을 크게 훼손한 상태입니다. 환경단체를 통해 중국의 무모한 자연훼손을 크게 부각시킬 예정입니다. 중국에 대한 또다른 압력이 될 것입니다."
오타니 외상이 말을 마치고 빙긋 웃었다. 오타니는 중국을 다루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에게 선수를 내주면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중국을 궁지로 몰아가야만 중국의 행동을 옭아맬 수 있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중국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게 되겠군요. 오타니 외무대신. 그럼 미국에 대한 대비는 어떻습니까?"
수상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아시다시피, 지난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당시 다케시마가 일본 영토임을 확인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습니다. 그 이후로 미국은 다케시마의 영유권 문제에 대해 기존의 조치를 번복하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한 바 없습니다."
외상이 브리핑 자료를 이리저리 뒤적이며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2차대전을 종결짓는 샌프란시스코 강화회담에서 미국은 패전국 일본의 새로운 영토 범위를 규정하고 조약에 서명했다. 이때 미국 국무성은 일본이 과거에 식민지배하던 한국 영토를 한국정부에 귀속시키면서 해당지역을 구체적으로 조약에 명기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독도를 고의적으로 빠뜨렸던 것이다.
원래 조약 제2조 a항의 초안에는 일본의 영토가 아닌 지역으로 독도가 명기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나중에 고의적으로 삭제되고 말았다. 초안 내용이 갑자기 변경된 것은 일본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었다. 한국 대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무성은 이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다.
결국 일본은 전쟁 전에 식민지로 보유했던 한국 영토 중에 독도는 되돌려 주지 않고 그대로 일본 영토로 잔존시킬 수 있게 된 조치로 이 조약을 해석한다.
"다케시마 영유권과 같이 제3국간의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은 절대 개입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이런 이유로 이번 사태에 개입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오타니 외상이 보고서를 덮으며 마지막 말에 특히 힘을 주었다. 일본과 한국을 견줄 때, 미국은 일본을 선택할 것이 분명했다.
"수고했습니다. 외무대신. 그럼 미국도 걱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하하하！"
수상이 흡족했는지 껄껄 웃었다. 모든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다케시마를 확보한 이상, 이제 필요한 것은 국제여론의 비난을 막아내며 다케시마의 지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영토 분쟁에서 승리의 관건은 결국 누가 실효지배를 유지하느냐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