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조영남의 횡설수설
기사입력 1999년 03월 05일 15시 24분
"아저씨 왜 그래요? 그러지 말아요!"
이것은 가수 노영심이가 거의 울음섞인 목소리로 나한테 던진 얘기이고 내가 지금 스포츠조선 독자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그 얘기를 하는 노영심의 얼굴 표정이 참 기묘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노영심을 알고 난 이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순식간에 일그러지고 붉으락 푸르락 하게되면 대체로 화장실을 급히 가야하는데 화장실의 방향조차 못잡았을 때의 다급한 표정 뭐 그런거 였다.
노영심이가 나한테 "아저씨 왜 그래요?"했다고 해서 혹자는 필자인 조영남이가 요즘 한참이나 홀애비 생활을 하더니(물론 법적으로만) 급기야는 그지없이 순결한 노영심한테까지 성폭력을 행사했구나 생각했겠지만 천만에 그건 아니다.
글쎄 굳이 따지자면 성폭력은 아니지만 내쪽에서 주책맞게 언어폭력 쯤을 휘두른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장소와 타이밍이 좀 그랬다.
말 그대로 미술관옆 동물원 그 자체였다.
`코리안 팝아트'라는 주제로 쌍용의 성곡 미술관에서 주선한 그룹전에 필자가 20여점의 그림을 출품했고 내가 언어폭력을 구사한 타이밍은 바로 미술전 오픈 파티가 시작되기 직전의 제법 긴장된 상황이었다.
나는 생리적으로 형식적인 긴장의 순간들을 못 참아한다.
그러던차에 입구로 부터 사람들 틈새로 밀려오는 노영심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마치 굉장한 관심을 쭉 갖고 있었다는 듯이 옆사람들이 들을 정도로 첫 인사말을 던졌다.
물론 미술관에 모인 사람들은 그날의 유명한 주인공 작가와 역시 유명한 관객의 만남을 어쩔 수 없이 봐야 했다.
둘다 인기인인 한 늙은 홀애비와 한 젊은 노처녀(?)의 만남이라서 호기심있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노영심에 대한 나의 인사말은 사실상 좀 튀었다. 좀 오버였다.
대뜸 "야! 너 결혼한다며?"가 인사말의 전부였다.
의당 나는 그녀가 해해하며 행복해 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순간 나는 내 인사말이 전면적으로 틀려먹었다는 걸 알았다.
그녀가 울먹거리며 주먹을 휘둘러 내 아구창을 갈기기라도 하듯 "아저씨 왜 그래요?"했기 때문이다.
해맑은 표정으로 나의 미술전시를 축하하러 오다가 내쪽에서 "너 결혼한다며?"하니까 그쪽에선 마치 "네놈이 그딴 소리를 내지를 줄 알았다"는 듯이 과격한 자세로 돌변한 것이었다.
노영심은 나의 미술전시회에 매번 참석해 주기 때문에 참 고맙다.
그녀가 혼자서 내 곁을 왔다갔다 하건 혹은 그녀가 예쁜 연애를 하건 결혼식을 올리건 어떤 기자와 왜 헛소문을 썼냐고 아웅다웅 하건 말건 그건 둘째 문제다.
어떤 상황과 경우에도 내가 그녀를 놀려먹고 싶을 때 기꺼이 최선으로 놀림을 받아주는 그녀가 나는 늘 고맙고 좋다.
"시치미 떼지마 임마! 너 결혼 한다는거 신문에서 봤단 말야" 운운.
[조영남(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