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홍현우]'순수 국산' 듀오 호타자신
기사입력 1999년 02월 07일 14시 45분
해태에서 크로스 컨트리 훈련을 하면 한가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다.
선두그룹은 항상 투수들 차지고 야수들은 뒤에 처진다는 사실.
달리기를 싫어하는 게 투수들의 습성이지만 해태는 전통적으로 지구력 강화를 위해 투수들에게 혹독한 러닝훈련을 시켜온 때문이다.
산악훈련에서는 양준혁(30)과 홍현우(27)가 `거북이 계열'에 속한다.
지난달 30일 실시한 올시즌 두번째 크로스 컨트리 훈련.
무등산장을 출발, 바람재를 돌아 조선대에 이르는 8㎞코스에서 양준혁과 홍현우는 45명 가운데 67분대로 나란히 40, 41위로 골인했다.
47분으로 1위인 투수 곽현희와는 무려 20분차.
쑥스럽게 골인지점을 통과한 양준혁은 "삼성때부터 크로스 컨트리에선 항상 꼴찌였어요. 순발력은 자신있는데 지구력은 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비록 산악훈련에선 하위권이지만 둘은 올시즌 해태의 중심타선을 이끌 부동의 3,4번이다.
95년부터 3루부문 골든글러브를 3연속 수상한 홍현우는 9년간 호랑이굴을 변함없이 지킨 해태의 자존심.
국내 최고의 왼손타자 양준혁은 6년 연속 타율 3할에 작년시즌 타격 3관왕(타율 출루율 최다안타)의 관록이 돋보인다.
올시즌 3번 홍현우의 `교타'와 4번 양준혁의 `호타'가 빚어낼 하모니는 벌써부터 광주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도 남는다.
현대 삼성 LG 두산 등 대부분 팀들의 3,4번은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합작 타선.
`순수 국산'으로 이뤄진 현우－준혁 듀오는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김상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