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7)연산군
기사입력 1998년 01월 08일 14시 53분
연산군만큼 여자를 밝혔던 왕도 드물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그만큼 호색취미를 즐겼던 왕도 없다.
연산군은 전국 방방곡곡의 미인을 왕궁으로 선발해왔다. 그 역할을 한 사람들이 바로 채홍사（採紅使）와 채청사（採靑使）다.
연산군은 미인들에게 등급에 따라 운평（運平） 계평（繼平） 채홍（採紅） 속홍（續紅） 따위의 칭호를 부여했다. 또 미녀들을 미모와 몸매에 따라 분류했는데 무려 135등급이 있었다. 1등급은 가인（佳人）이요, 2등급은 재인（才人）, 3등급은 여인（麗人）이었다.
범부는 미녀 두 명만 앞에 있어도 어느 쪽이 더 예쁜지 판단이 안서고 갈등하는 법인데, 무려 135등급으로 분류했다니 심미안이 그만큼 높았다는 얘기인지.
연산군은 장락원（掌樂院）이라는 유흥장도 만들어 기생들을 잔뜩 들여앉혀 호색취미를 즐겼다.
연산군은 특히 화장한 여자를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연산군은 전국에서 선발해온 미녀들을 궁궐에 모아놓고 화장을 하라고 장려했다. 장락원의 기생들도 마찬가지로 날이면 날마다 얼굴에 뭘 찍어바르고 문지르는 게 생활의 일부였다.
연산군이 화장여인을 좋아한다는 소문은 금새 퍼졌고 여인들은 다투어 화장을 해댔다.
오죽했으면 장락원 기생들이 사용하는 향장품의 공급이 달리는 일까지 종종 생겼을까. 그러면 정부의 담당부처에서는 전국적으로 향장품 생산에 열을 올리도록 독려하곤 했다.
연산군은 국책으로 화장법을 개발하도록 명령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연산군이 재위했던 기간중에는 화장술과 향장품이 크게 발전했다.
그래서 오늘날 화장품회사 직원들은 연산군을 일컬어 `향장사적으로 공헌이 많았던 인물'로 평가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편에서는 장롱속 돌반지까지 꺼내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는데 일부 계층에서는 여전히 비싼 외제 화장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외제화장품 소비가 IMF 한파가 몰아친 지난해 11월 이후 잠시 주춤했다가 또다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모 백화점의 한 외제화장품 코너는 지난해 12월의 매출액이 전달에 비해 무려 54％나 증가했다.
백화점 관계자들은 "외제화장품의 주소비층인 서울 강남지역의 소비자들이 IMF 한파직후 국산품 애용운동이 일면서 소비를 자제하다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다시 사들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하의 연산군이 들으면 노발대발할 뉴스다.
[글＝이승호 그림＝이영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