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사랑방] 차감독 '한달 지옥훈련 각오하라'
기사입력 1998년 01월 06일 14시 10분
◇…2002월드컵축구 개최도시가 구랍 29일 마침내 결정됐습니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가 될 2002월드컵 개최도시 선정 뒷이야기로 신년방담을 시작하겠습니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서울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울산 수원 전주 서귀포 등 10개도시로 결정된 것은 스포츠조선 보도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스포츠조선은 구랍 26일자 1면에 서울과 6개 광역시 등 7개 도시 내정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재정경제원으로부터 "개최도시를 5개로 줄이라"는 권유를 받은 월드컵조직위와 문체부는 고민끝에 7개 도시로 내정하고 29일 발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보도에 접한 수원 전주 등의 자치단체가 강하게 반발해 결국 10개 도시로 낙착을 보게 된 것입니다.
월드컵조직위도 추가된 수원 전주 서귀포 등 3개 도시에 대해선 국고보조를 하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으로 명분을 찾았습니다.
◇…당초 개최도시 낙점을 확신하고 느긋한 자세를 보이던 수원시 심재덕 시장은 본지 보도에 깜짝 놀라 지방의회 참석을 미루고 축구협회와 문체부 등으로 달려가 부당함을 강력하게 제기하며 동정 여론을 확산시켰습니다.
또 개최지 선정 집행위원회가 열린 구랍 29일에는 수원시 관계자 60여명이 서울 힐튼호텔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입장하는 집행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심시장은 이밖에도 정몽준 축구협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으로 수차례 전화를 거는 등 발이 닳도록 뛴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전주시 양상렬 시장은 새정치국민회의 관계자로부터 어느정도 낙점 가능성을 전달 받았지만 초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답니다.
양시장은 그동안 주로 국회 등에 홍보를 많이 했었답니다.
◇…서울시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뜨거운 감자'임을 입증했습니다.
개최도시로 선정됐음에도 그때까지 주경기장 건설계획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는 이미 물건너간 잠실주경기장 개보수와 LG의 뚝섬돔구장을 다시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아 조직위와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서울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축구협회와 조직위는 "1년 동안 끌려다녔는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면서 월드컵 개막식 장소로 서울을 제외하는 대신 부산이나 대구 수원 등지를 심각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입니다.
◇…월드컵팀이 5일 동대문 훈련을 시작으로 본선을 향한 큰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차범근 감독은 이날 소집된 선수들에게 "1월 한달은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제대로 준비도 안하고 합류한 선수들은 고생깨나 하게 될 것"이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냈습니다.
오는 18일까지 울산에서의 1차 훈련동안 하루 3차례의 강도높은 훈련을 예고한 것이지요.
이에 대한 맛보기인듯 차감독은 이날 첫훈련에서 선수들의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혹독한 훈련을 시켰습니다.
당초 가벼운 트레이닝 정도로 마칠줄 알았던 선수들은 2시간이 돼도 훈련이 끝날줄 모르자 당황한 표정과 함께 오기가 생긴듯 더욱 열심히 뛰는 모습이었습니다.
차감독은 "선수들이 훈련공포증을 떨쳐버리고 능동적으로 훈련에 임해 몸만들기의 통과의례인 체력훈련 단계를 잘 버텨주길 바란다"고 말하더군요.
한편 차감독은 울산에서 훈련하는 동안 젊은 선수들을 추가로 뽑아 테스트할 뜻을 비췄습니다.
차감독은 아마추어 무대에서 유망주들을 몇명@뽑아 며칠 같이 훈련해본뒤 대표팀 합류를 결정짓겠다고 말했습니다.
◇…차감독이 젊은 `천재' 발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이번 훈련에서 최소 1∼2명의 겁없는 유망 신인을 꼭 발굴해 실전에 투입하겠다는 뜻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월드컵과 같은 세계무대에선 상대를 의식하기보단 도전의식이 강하고 혈기방장한 젊은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휘저어야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과연 한국에도 호나우도（브라질）와 같은 20세 전후의 대형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습니다.
◇…소녀팬들 사이에 최용수（상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합니다.
5일 대표팀이 투숙한 타워호텔로 몰려든 소녀팬들은 최용수의 신상에 대해 열심히 주변 취재를 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특히 최용수가 끼고 있는 반지를 보고 "혹 여자친구가 있는 게 아니냐"며 질문을 쏟아붓더군요. 이들 골수팬들은 요즘 최용수가 너무 `떠' 오히려 서운한 표정들입니다.
옛날부터 최용수를 무척 좋아했다는 한 `조숙한' 10대 소녀팬은 "이젠 엄마가 딸자식 시집보내는 기분"이라며 `알듯말듯한' 아쉬움을 토로하더군요.
◇…이날 타워호텔엔 일본 여성팬 2명이 원정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직업이 간호원인 이토 나오코（25）와 도리우미 시호씨（22）는 대표팀이 모인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랴부랴 5일간의 휴가를 얻어 방문하는 열성을 보였습니다.
특히 유상철 이민성에 이어 최근 이기형팬으로 돌아섰다는 이토씨는 이기형에게 줄 고가의 구치넥타이를 선물로 준비해오는 정성을 보였습니다.
한편 이토씨는 이기형이 간호원과 결혼했다는 얘기를 듣곤 "나도 간호원인데…"라며 `야릇한' 실망의 표정을 짓더군요.
◇…구랍 28일 결혼한 초보신랑 김병지는 집에 두고온 새신부가 안쓰러워 요즘 죽을 맛이랍니다.
결혼한지 8일만에 이별을 해야 했던 것도 그렇지만 일생에 한번뿐인 신혼여행도 월드컵 이후로 무기한 미뤄야 했던 것이지요.
그래도 김병지는 "신부가 먼저 잘 하고 오라며 등떼밀더라"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신부에게 꼭 보답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더군요.
◇…프랑스 프로축구팀으로의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구랍 31일 프랑스로 출국한 안양 LG의 서정원이 자신의 출국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극도의 보안작전을 전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 서정원은 구랍 30일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서면서 부인이 둘째 아들을 낳은 후 산후조리를 하고있는 경기도 일산의 처가에 들렀다가 구단 관계일로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군요.
이에 따라 서정원의 부모는 그의 출국사실이 언론에 의해 알려진 지난 5일 이전까지 아들의 행방을 몰라 무척 궁금해 했습니다.
서정원은 광주의 집을 나선 뒤 일산의 처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구랍 31일 출국하면서 부인 윤효진씨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라"고 신신 당부했습니다.
때문에 윤씨는 일산의 친정에서 지난 1일 이후 언론기관으로부터 남편의 행방을 묻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직 훈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들과 만나느라 귀가가 늦어지고 있다" "외출했다"는 등의 말로 둘러대며 남편의 출국사실을 감추었습니다.
윤씨는 서정원의 출국사실이 알려진 이후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돼 미안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뒤 "일이 잘 안되었을 경우 이미지만 나쁘게 될까봐 남편이 출국사실을 숨기도록 한 것 같다"고 해명하더군요. [정리＝이상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