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돈 야구보기 > 해태살린 이종범
기사입력 1996년 05월 02일 16시 46분
삼국지의 장판교 싸움은 두고두고 회자되는 신화다.
죽음 일보직전의 와중에도 유비의 아들을 구하는 조자룡의 용맹.
조자룡이 빠져나간 장판교(橋)를 고슴도치 수염을 단 장비가 장팔사모창을 꼬나잡고 지키는 수호신처럼 위풍당당 함.
100만대군을 지닌 천하의 조조도 조자룡의 용맹과 장비의 담력에 놀라 오합지졸의 유비를 더 이상 치지 못했다.
에 삼국지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해태의 처지가 바로 죽음의 위기에 몰렸던 유비이고 이 조자룡, 이대진이 장비이기 때문이다.
사실 해태의 처지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올시즌 맡아 놓은 꼴찌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단이었다.
그러나 해태에는 돌아온 조자룡과 장비가 있었다.
제대와 함께 잔인한 4월 마지막날 출전한 은 해태에는 그야말로 캠플주사였다.
은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나타나 분명히 외야로 빠질 듯한 볼을 잡아 챙겨 주자를 아웃시키는 등 삼밭처럼 어지럽던 해태의 수비를 안정시켰다.
아직 게임감각도 잡히기도 전인 3번째 타석에서는 중견수 앞의 동점 적시타를 때린 뒤 야수의 움직임을 읽고 2루까지 질주해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센스를 발휘했다.
의 그것은 파인플레이에만 그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해태선수들에게 자극을 주었다.
여기에 가세한 것이 장비 이대진이었다.
조자룡이 휘저어 놓아 다소 사기가 꺾인 롯데 타자들을 5연속 삼진으로 요리해내며 해태선수들에게 고압전류를 흘려 보냈다.
그동안 지는 것에만 익숙했던 해태선수들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다음순간.
불방망이가 이어진 것이다.
의 끝내기 홈런으로 실로 오랜만에 후련한 승리를 거머쥔 해태는 5월 첫날 벌어진 경기에서도 시원스런 승리를 잡아냈다.
고졸신인 의 기대이상의 투구, 거기에다 의 홈런을 비롯한 8안타를 집중시켜 롯데의 황태자 의 망토를 벗겼다.
사실 야구천재라고 불리던 하나가 돌아온다고 해태야구가 크게 달라질지는 미지수였다.
해태가 총체적 난국에서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이대진
최상덕 등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진이 생겨 로테이션이 가능하게 됐고 이 이끄는 수비진과 방망이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이제는 어느팀과도 대적할수 있는 전력을 갖추었다.
스타 이 허우적거렸던 해태를 재정비시킨 것이다.
, 그는 분명 야구천재다.
단체경기인 야구에서 그는 `원맨쇼'를 벌이며 해태를 살려낸 것은 물론이고 올시즌 판도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
1년8개월만에 전국 어디에서나 볼수 있게 된 스타 .
그가 우리를 얼마나 기쁘게할지 우리 모두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