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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무엇일까.
제작사는 트레일러, 보도자료, CF 등 다양한 매체로 게임을 소개하고 설명한다. 대부분의 영상은 실제 플레이, 오프닝, 나레이션을 담으며,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광고 영상으로 이슈화되기도 한다. 짧은 시간과 한정된 내용으로 제작하는 만큼, 게임사는 영상에 작품의 주제와 재미를 담는다.
블리자드는 20여년 전부터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등의 트레일러에 3D 그래픽과 영화적 연출을 담는 것으로 유명했다. 업데이트와 블리즈컨에서 공개되는 영상들은 다년간의 노하우 축적으로 신작뿐만 아니라 확장팩, 게임 내 변화점을 짚어내 표현했다.
블리자드의 영상에는 단순한 홍보를 뛰어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큰 부분은 스토리텔링이다. 블리자드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새로운 확장팩 '격전의 아제로스' 출시를 앞두고 지난 3일 시네마틱 영상, '노병'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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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은 가시의 전쟁 후 명예롭지 못한 전투에 대해 고뇌하는 사울팽을 담아냈다. 게임 내 말퓨리온과 짧은 대화로 표현됐던 사울팽의 심정이 영상으로 표현돼 호드 진영도 실바나스의 잔인한 결단에 힘겨워하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한 '전쟁 인도자' 영상으로 제이나, 실바나스의 모습을 비춰, 게임 내 지문이나 퀘스트로 설명하지 못한 캐릭터의 생각을 보충했다.
오버워치 역시 마찬가지다. 오버워치는 탈론, 블랙워치 등 여러 조직이 등장하지만 이를 다루는 별도의 스토리 모드가 없다. 대신 오버워치는 '잠입', '용' 등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영웅 사이의 복잡한 과거사를 설명했다. 신규 영웅 스킬 소개 영상과 영웅의 배경 스토리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로 부족한 배경 설명을 대신한다.
두 번째는 업데이트 내용이다. 블리자드의 영상은 캐릭터와 배경이 게임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데스윙, 판다렌, 일리단 스톰레이지 등 핵심 인물이 등장하는 시네마틱 트레일러로 확장팩 콘셉트를 밝힌다. 특히 작년 블리즈컨에서 공개된 격전의 아제로스 시네마틱 트레일러는 작품의 주제인 호드와 얼라이언스의 전쟁을 높은 수준으로 연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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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스톤은 신규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특유의 기발한 트레일러로 유명하다. 하스스톤은 여관에서 가볍게 즐기는 카드게임 콘셉트인 만큼, 원작과 달리 가볍고 기발한 내용으로 영상을 채운다. 최근 하스스톤은 업데이트를 앞둔 확장팩 '박사 붐의 폭심만만 프로젝트'의 트레일러에서 기계 관련 콘셉트와 신규 키워드 '합체'를 공개했다.
그래픽, 연출뿐만 아니라 현지에 맞춘 최적화 작업도 영상의 특징이다. 스타크래프트2 공개 당시 한국에서 공개된 트레일러는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에 등장하는 컴퓨터 화면도 한글로 표현돼 화제가 됐다. 스타크래프트2가 유닛 이름, 대사까지 모두 번역한 첫 번째 작품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당시 트레일러는 단순한 인사 그 이상이었다.
9월 배틀넷으로 출시되는 데스티니 가디언즈의 트레일러를 기다리는 이유도 동일하다. 오버워치와 마찬가지로 지문, 대사까지 모두 한글화 작업을 공표했기 때문이다. 최근 TV CF를 비롯해 짧은 더빙 음성이 담긴 트레일러 공개로 데스티니 가디언즈 한글화 작업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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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업데이트하는 게임처럼 블리자드의 영상도 새로운 시도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제이나의 상황을 시로 표현한 '전쟁 인도자'를 비롯해 최근 오버워치 2주년 기념으로 제작한 '트레이서와 케이크'는 실사 피규어를 활용해 스톱 모션으로 제작됐다. 시네마틱 영상, 3D 애니메이션과 색다른 모습으로 등장한 캐릭터는 게임과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시네마틱 영상의 퀄리티를 게임으로 표현하지 못해 비판 받는 경우도 있다. 역사가 긴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디아블로의 경우 영상 내에서 캐릭터가 게임에서 불가능한 움직임으로 적 다수를 섬멸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역변했다'는 조롱 섞인 목소리도 있지만 시스템을 떠난 실제 캐릭터가 어떤 모습으로 활약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 매년 블리즈컨의 주요 화두 중 하나로 손꼽힌다.
블리자드는 업데이트가 거듭될수록 영상에 스토리를 채우고, 주제를 녹여낸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은 단순한 홍보물이 아닌 또 하나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많은 유저들이 신작과 함께 블리자드의 시네마틱 영상을 기다리는 가장 큰 이유다.
게임인사이트 송진원 기자 sjw@gam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