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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경기째 승리가 없다.
조성환 감독 부임 후 제주는 달라졌다. 조 감독은 제주를 흔들었던 여름-원정징크스를 깨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체력훈련에 집중했고, 여름 이동에 따른 준비도 철저히 했다. 무엇보다 심리적인 부분을 강조했다. '징크스'가 주는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조 감독의 노력은 결실을 맺었다. 제주는 지난 두 시즌 간 여름에 더 강한 모습을 보였고, 그 결과는 두 시즌 연속 ACL 진출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기류가 또 바뀌었다. 물론 올 여름은 이전 여름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상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 험난했던 이동길도 더 힘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내용도 좋지 못하다. 최근 6경기에서 제주는 득점은 단 3골에 그쳤고, 실점은 10골이나 된다. 공격은 외인들의 득점포가 잠잠하고, 좌우 측면이 힘을 싣지 못하며 침묵하고 있다. 특히 마무리가 아쉽다. 수비는 더욱 답답하다. 제주의 자랑이었던 스리백이 무너졌다. 서울전이 거울이었다. 제주는 초반 몇차례 기회를 만들었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자책골이 나오는 등 운도 따르지 않지만, 후반 막판 김원일이 퇴장하는 등 자멸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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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주가 위기를 타파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은 전술 변화다. 제주는 2년간 3-5-2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재미를 봤지만, 올 시즌 다소 패턴이 읽히는 모습이다. 포백 등으로의 전환을 한번쯤 꾀할 필요가 있다. 신인급 선수들의 적극 기용도 고려할 만하다. 올 시즌 김현욱을 발굴한 제주의 2군에는 괜찮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다. 파격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조 감독은 2014년 부임 후 숱한 위기를 넘겼다. 여름 징크스, 원정 징크스, 서울 징크스, 전북 징크스 등 제주의 앞길을 가로막던 숱한 징크스를 깼다. 고비를 넘지 못하던 선수단도 깨웠다. 부임 첫 해에는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고, 두번째 시즌에는 ACL 진출, 세번째 시즌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조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 영입 실패도 실패였지만, 성공한 시즌 뒤 찾아올 후폭풍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실제 조 감독은 선수들과의 미팅을 더 늘리는 등 선수단 관리에 열을 올렸다. 제주의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제주가 올 시즌 많은 변수에도 불구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전적으로 조 감독의 공"이라고 했다.
조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이번 위기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그리고 위기 타파를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 눈병까지 걸렸다. 제주와 조 감독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지. 제주의 올 시즌 전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포인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