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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동해안 대첩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명품 공격수 출신 최순호 감독(포항)과 김도훈 감독(울산)의 대결에서 3경기 만에 찾아온 무승부였지만 K리그 흥행 상품 동해안 더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데 부족함 없는 현장이었다.
"순위보다 동해안 더비" vs "내용보다 결과를 중시"
햇수로 34년, 통산 156번째 가장 오래된 동해안 더비의 무게에 걸맞게 양팀 사령탑의 비장감은 표현방식만 다를 뿐 같았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올시즌 2전 전승으로 이미 성공했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선두 전북의 전날 무승부로 선두에 가까워진 김 감독은 "오늘은 선두 추격 발판보다 동해안 더비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면서 "순위싸움엔 연연하지 않겠다. 우리 플레이를 하다보면 승점을 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즌에 특정팀을 상대로 전승을 하는 게 몹시 어려운 일인 점을 잘 알지만 울산팬들을 위해 동해안 더비만큼은 반드시 잡고 가겠다는 것이다. "내가 울산에 부임하기 전에 울산팬들은 포항과 많은 일들이 있었던 모양이다. 포항에 이기는 게 팬들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하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먼저 양해를 구했다. "이전까지는 선수들에게 경기내용을 강조했는데 오늘 경기에 한해서는 결과를 우선시하기로 했다." 최 감독은 "당연히 프로팀은 긴 안목으로 내용을 중시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 시즌에 가끔은 꼭 이겨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내가 이런 축구를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은 결과를 위한 축구를 할테니 미리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아직 배가 고프다'는 김 감독, '더이상 패배는 없다'는 최 감독의 기싸움은 경기 전부터 그렇게 팽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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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카드도 적중한 빗속의 혈투
일부러 짜고 치는 화투판도 아닌데 이전 더비와 똑같은 양상이었다. 지난 1, 2차전 모두 팽팽하게 맞서다가 울산이 종료 직전 극장골을 터뜨리면서 2대1로 이겼다. 이날 3차전도 후반 25분이 넘도록 판박이였다. 포문은 포항이 먼저 열었다. 전반 2분 울산 진영 중앙에서 혼전이 벌어진 사이 이상기가 전진패스한 것을 양동현이 쇄도하며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울산 출신 양동현이 올시즌 동해안 더비에서 매경기 골을 이어가는 순간이었다. 최 감독이 울산에 강한 양동현을 필승 선발로 앞세운 게 적중했다. 김 감독은 "양동현에게 자꾸 실점을 해서 수비수에게 같히 주의를 줬다"고 했지만 양동현의 위력은 여전했다. 이후 울산의 공세가 거세졌다. 이에 맞선 포항 역시 한치의 물러섬이 없어 일진일퇴가 계속됐다. 18분 울산이 기습적인 한방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 이명재가 얼리 크로스를 길게 올렸고 수비 뒷공간으로 쇄도하던 김인성이 헤딩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김인성은 김 감독의 적중카드였다. 나흘 전 FA컵 8강전에서 풀타임을 뛴 김인성을 리그 4경기 만에 선발로 기용한 이유가 있었다. 포항의 측면 스피드가 매섭기 때문에 이를 무력화시키고 원톱 이종호의 기동력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김인성은 회복 속도 빨라서 믿는다"고 했던 김 감독에게 김인성은 양동현 부럽지 않은 '귀염둥이'였다. 후반 들어 교체카드를 모두 활용한 양팀은 지쳐가는 와중에도 주거니 받거니 공세를 펼쳤다. 더이상 골은 나지 않았지만 더위를 날려 준 빗줄기 속에 펼쳐진 명승부였다.
울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