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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스토리] 손아섭의 진심 "ML 진출? 전 아직 부족합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7-06-29 12:24



"아직 한국에서도 제대로 보여드린게 없잔아요."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29일(한국시각) 데뷔전에서 극적인 결승홈런까지 치며 꿈같은 하루를 보냈다. 이런 황재균의 모습을 볼 때 또 생각나는 선수가 있으니 바로 손아섭(롯데 자이언츠)이다. 두 사람은 2년 전 나란히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다. 두 사람 모두 무응찰의 굴욕을 맛봤지만, 황재균은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험난한 도전에 나섰다. 손아섭도 올시즌을 잘 마치면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그래서 손아섭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과연 손아섭은 황재균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메이저리거의 꿈을 이룬 황재균을 보고 부러울 수 있겠다.

재균이형이 잘돼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런데 막 부럽지는 않다.(웃음)

-왜 부럽지 않은가.

재균이형이 콜업되기 전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마음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 속으로는 저렇게 힘든 도전을 왜 했을까라는 생각까지 해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황재균의 모습을 보며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은 꿈이 다시 커졌나.

많은분들이 궁금해 하신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뭐라고 답을 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다만, 재균이형과 나를 비교하면 서로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다. 재균이형은 메이저리그라는 목표를 정말 강력히 이루고자 원했다. 그에 반해 나는 순리를 따르자는 생각이다. 내가 야구를 잘해 거기에 도전할 상황이 되면 그렇게 하는거고, 그게 이뤄지지 않아도 어디서든 야구를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나는 지금도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 자체가 행복하다.


-그래도 첫 FA가 됐을 때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면 사실상 해외 진출의 꿈은 접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국내구단과 4년 계약을 한다면 해외 진출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그런데 지금 해외 진출, FA 이런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무슨 뜻인가.

지금 팀 성적이 팬분들을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단 팀이 잘돼야 한다. 그리고 내 자신도 아직 미래를 얘기할 수준이 아니다. 팀이 가을야구를 한 지가 오래다. 내 스스로도 아직 국내 무대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게 없다. 대호형, 병호형 야구를 최고로 잘한다는 형들도 힘들었던 곳이 메이저리그 아닌가. 내가 그 무대 진출을 논하는 자체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최고라고 인정받기에도 아직 멀고,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이런 얘기를 해도 부족할 것 같다.

-이렇게 겸손하게 말하기에는 성적이 너무 좋다. (손아섭은 28일 기준 최다안타 공동 1위, 득점 4위, 출루율 5위를 기록중이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내 개인 성적은 아무 의미가 없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은 이제 희미해졌다고 봐도 되는 건가.

그저 지금 하루하루 야구하는 것도 바쁘고 힘들다. 일단, 지금만 생각하려 한다. 내가 열심히 하고 팀이 잘 되면, 내 개인의 미래는 자연스럽게 정해질 것 같다. 내가 엄청난 선수로 알려져 미국에서 불러준다면 가야하지 않겠나.(웃음)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순리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큰 욕심은 없다. 그저 욕심이 있다며 팀이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 나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한 사람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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