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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성큼 다가온 춘삼월이 무색할 만큼 섬뜩하고 미스테리한 충격의 문제작이 스크린을 찾아왔다.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 스릴러 영화 '해빙'(이수연 감독, 위더스필름 제작). 3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해빙' 제작보고회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났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살인사건의 공포에 빠지는 내시경 전문 내과의사 승훈 역의 조진웅, 승훈의 친절한 집주인이자 치매에 걸린 정노인(신구)의 아들 성근 역의 김대명,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 역의 이청아, 그리고 이수연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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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으로 공개된 변신에 조진웅의 대해 "듬직하고 상남자 적인 모습이 없다"라는 MC 박경림의 평에 대해 "그게 내 모습일 수 있다. 처음 '해빙'을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 조진웅이란 배우가 승훈이라는 캐릭터를 입고 던져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 나도 모르겠더라. 그게 궁금해져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팬들로부터 '예민미(예민한 아름다움)'라는 애칭을 받게 된 것에 대해 "영화 속에서 상당히 예민하게 보인다. 이수연 감독이 많은 체중 감량을 원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는 체중 감량을 하다 도저히 못 할 것 같아 포기하기도 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조진웅은 데뷔 이래 첫 의사 역을 맡은 것에 대해 "'해빙'에서 의사 역을 처음 연기했는데 사실 의학 용어가 연기하기 굉장히 어렵다. 이번 작품도 긴장했는데 다행히 전문 용어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의학 드라마 요청이 들어오곤 하는데 아직 어불성설이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그는 "의사를 연기할 때 용어 외에 어려움은 없었다. 제작진 한 분이 실제 본인이 내시경을 하며 장면을 찍어왔더라. 그 영상을 보며 연습을 많이 했다"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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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승훈을 연기하는 데 있어 "대사마다 나름의 의심을 담고 싶었고 나중에 모였을 때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계산해 연기했다. 이런 우리의 노력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보일지 궁금하다"고 진심을 전했다.
특유의 목소리 때문에 이수연 감독으로부터 캐스팅됐다는 김대명. 그의 연기에 대해 이수연 감독은 "요물이다"라고 극찬할 정도로 완벽한 열연을 펼쳤다는 후문. 그는 이러한 기대에 "많은 생각을 하는 캐릭터였다. 하나의 악역이다, 선악이다 구분 짓지 않고 한군데로 모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대선배들과 연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신구 선생님과 조진웅 선배와 함께하면서 주고받는 과정이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드는 데 있어서 예민하게 접근하는 부분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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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대명 역시 "조진웅 선배가 커다란 울타리를 쳐 줘서 영광이다. 그 안에 오래 머물고 싶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조진웅 선배는 너무 좋아하는 배우였다. 영화에서 만났을 때 기존에 가진 외형적인 무서움이 비등비등해 보일 수 있을지 걱정을 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이미 소시민이 돼 있더라. 촬영 내내 너무 많은 힘이 됐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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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감독은 "'해빙'은 얼음이 풀어진다는 뜻이다. '해빙'이라는 제목을 쓰게 된 건 얼음이 얼었다가 녹게 되고 잠겼던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무언가가 올라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죄의식, 비밀들이 위로 떠오르는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했고 중의적인 의미로 '해빙'이라는 제목을 선택하게 됐다"며 "국내 영화는 스릴러라고 하면 '추격자'(08, 나홍진 감독) '살인의 추억'(03, 봉준호 감독)처럼 어떤 범인을 끝내 추격해서 잡는데 우리는 무의식에 있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한 남자의 심리를 따라가는 방법을 택했다. 떡밥을 많이 풀어놨지만 무책임하게 해결하지 않는 영화는 아니다. 마지막엔 일제히 정답을 맞추는, 퍼즐 놀이 같은 영화다"고 자신했다.
이어 "우리 영화의 메타포는 빠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의 병폐다.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지 않고 묻어버리는 현실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수연 감독은 신구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신구 선생님에 대해 다들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지점이 얼마나 유연한 연기자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반칙왕'(00, 김지운 감독)에서 대호(송강호)의 아버지로 나왔을 때 발끈하는 장면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미지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번 작품이 신구 선생님 연기 인생 최초의 악역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해빙'은 조진웅, 김대명, 신구, 송영창, 이청아 등이 가세했고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월 개봉 예정.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