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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좌완 선발 유희관은 상징적인 선수다. 많이 알려진 '느림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선수다. 패스트볼 최고시속은 135㎞ 정도다.
그는 두산의 4명의 선발 요원에 포함돼 있다. 올해 또 다시 시험대에 서야 한다. 그동안 느리지만, 볼 끝이 좋은 패스트볼과 뛰어난 제구력, 그리고 싱커,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하지만 그의 레퍼토리는 벌써 2년이 됐다. 타자들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실제 유희관의 수치 자체가 나빠지긴 했다. 2013년 7개에 불과했던 피홈런은 21개로 수직상승했고, 피안타율은 2할6푼2리에서 2할8푼6리로 올랐다. 평균 자책점 역시 3.53에서 4.42로 상승. 물론 지난해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유희관의 '느림의 미학'이 한계에 도달했는지, 아니면 수정 가능한 문제인 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올 시즌 그는 신구종을 장착한다. 포크볼이다. 그는 "새로운 구종 하나를 장착해야 할 시기가 왔다. 왼쪽 타자를 공략하기 위한 시도"라고 했다.
유희관은 오른쪽 타자에게 싱커라는 확실한 결정구가 있다. 하지만 좌타자에게는 승부할 수 있는 마땅한 구종이 없는 게 사실.
포크볼에 대한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이미 유희관은 종종 포크볼을 사용했었다. 그는 "당시 던지긴 했지만, 결정구는 아니었다. 간간이 섞어 던졌는데, 그렇게 큰 효과는 없었다"고 했다.
2014년 시즌을 앞둔 스프링캠프에서 유희관은 "포크볼을 던지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실전에서 사용하지 못했다. 아니, 사용할 수 없었다.
유희관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익숙해져야 했다. 지난해에는 능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실전에서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연습은 계속 하고 있었다. 올해 포크볼을 실전에서 제대로 던질 것"이라고 했다.
중대한 변화다. 유희관의 주무기 중 하나는 싱커다. 포크볼과는 상극의 구종이다. 싱커는 부드럽게 공을 옆으로 쓸어담듯이 던진다면, 포크볼은 찍어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두 구종을 던지는 메커니즘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공을 동시에 능수능란하게 던지기는 쉽지 않다. 유희관의 손기술은 타고난 부분이 있지만, 실전에서 더욱 완벽하게 포크볼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유희관이 완벽하게 포크볼을 장착한다면, 더욱 위력적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기본적으로 구종 하나가 추가된다는 것은 타자들에게 유희관의 '5지선다(패스트볼, 싱커, 슬라이더, 두 가지 커브)'가 '6지선다'로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약점인 좌타자 대응에 대한 강력한 주무기가 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결국 올해 유희관의 성공여부는 포크볼에 달려있다.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