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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만원에 목맨 연예병사들, 고민정의 '명품론' 배워라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07:40


사진캡처=KBS

"고민정의 '명품론'을 배워라."

'명품 몸매', '명품 복근'. 그들의 이름 앞에 따라붙던 수식어였다. 가수 출신 연예병사 A와 B. 근육을 드러낸 그들의 사진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곤 했다. 이들은 무대 위 주인공이었고, 어딜 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후, 그들은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돼 있었다.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취재진을 밀치는 등 시사 교양 프로그램이나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의자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17만원에 목을 매는 그들의 모습은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안마시술소에서 '서비스'를 받기 위한 돈이었다. 사복을 입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입대 후에도 화려한 겉모습에만 집착하던 그들의 실제 모습은 명품이 아니라 '하자'였다.

다 지난 일이다. "치료 목적이었다"는 아무도 안 속아 넘어갈 만한 궁색한 변명은 필요 없다. 잘못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다만 "사전에 이런 일을 방지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그래서 고민정 KBS 아나운서의 '명품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고 아나운서는 지난 28일 방송된 KBS2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에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고 아나운서의 아내인 시인 조기영씨는 "내 아내는 명품백이 없다"며 "아내의 친구들은 명품백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아내는 옷 한 벌에도 벌벌 떤다"고 밝혔다.

이어 "한번은 홍대를 지나가다가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했는데 몇 십만 원이라 고민하다가 못 샀다고 하더라. 나보고 같이 가서 허락을 해달라고 하는데 내가 자신감 없는 아내를 만든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고 아나운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은 '물질에 끌려 다니지 말자'였다"며 "내가 계속 끌려 다니면 그 물질보다 나은 게 뭔가 싶었다. 명품백 100만 원 짜리를 하나 사느니 10만 원 짜리 열 개를 사서 들고 다니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고 해 주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고 아나운서는 또 이날 방송에서 남편이 강직성 척추염이란 희귀병을 앓고 있단 사실을 털어놔 화제를 모았다. 연애 시절 이미 이 사실을 알았지만, 누구보다 존경하는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했다는 고 아나운서. 그녀는 방송 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선 "꿈이 없던 내게 아나운서라는 꿈을 제시해줬고 순간순간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될 수 있도록 지금의 고민정을 만들어 준 사람이 남편"이라며 " 지금껏 남편이 작가로서 돈을 벌기 위한 글을 쓰는 걸 반대해왔다.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하는 게 아니듯 돈을 벌기 위해 쓰고 싶지 않은 글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의 경제활동을 반대한 건 나인데…"라고 남편을 향한 고운 마음씨를 드러냈다. 이후 고 아나운서는 네티즌들로부터 '명품 아내', '명품 마음씨'란 찬사를 들었다.

매달 1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 일반 사병들에게 17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연예병사들이 '진짜 명품'이 되고 싶었다면 이 17만원을 좀 더 의미있는 곳에 썼다면 어땠을까. 물질과 욕망에 끌려다니는 대신, 함께 고생하는 일반 사병들에게 PX에서 한 턱 내기만 했어도 큰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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