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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김세영-김미연 '굴러 들어온 복'+이재영 업그레이드, '프로페셔널' 박미희 감독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9-03-11 07:00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여자프로배구 경기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이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흥국생명 선수들이 우승트로피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올 시즌 문을 열기 전 여자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 복이 굴러 들어왔다. 베테랑 센터 김세영(38)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FA) 신분을 얻은 김세영은 원소속팀 현대건설과 사실상 결별했다. 행선지는 KGC인삼공사가 유력했다. 헌데 인삼공사가 돌연 김세영 영입을 포기하고 센터와 세터를 겸할 수 있는 한수지를 연봉 3억원에 잡았다. 이 소식은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여자부 외국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전해졌다. 졸지에 김세영은 무적신세가 됐다. 2017~2018시즌 센터 김수지를 IBK기업은행에 빼앗겨 높이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던 흥국생명은 곧바로 김세영을 연봉 1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김세영 효과는 소위 '대박'이었다. 30경기에 출전한 김세영은 세트당 평균 0.685개를 기록, 양효진(현대건설)과 정대영(한국도로공사)에 이어 블로킹 부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세영 대신 한수지를 택한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최하위로 추락했다. 현대건설은 시즌 중반 이후 살아났지만 개막전 포함 11연패에 빠지며 한 시즌을 무기력하게 통째로 날렸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여자프로배구 경기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선수들이 공격을 성공하며 환호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무엇보다 김세영은 기량을 떠나 '젊은 피' 성장을 위한 기둥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무려 19년차가 나는 신인 센터 이주아(19)가 자신과 함께 '트윈 타워'로 맹활약하는데 코트 안팎에서 물심양면 도왔다.

높이를 다스리고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하는 센터가 부활하자 흥국생명의 날개 공격도 불을 뿜을 수 있었다. 한국 여자배구 레프트를 10년간 이끌 자원으로 평가받는 이재영(23)은 '에이스'의 향기를 풍겼다. 30경기에 출전, 624득점을 폭발시키며 득점 부문 2위에 랭크됐다. 퀵오픈 부문에선 47.12%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여자프로배구 경기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이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박미희 감독과 이재영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인 팀내 외인 공격수 톰시아(610득점)보다 많은 득점을 배달했다. 이재영 특유의 강한 책임감은 매 경기 코트에서 보여졌다. 지난 9일 V리그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지은 현대건설과의 시즌 최종전 3세트에서만 홀로 10득점을 뿜어내면서 우승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재영은 "다솔이에게 '내게 공을 올려달라'고 말했다. 3세트에선 내가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웃었다.

이재영이 주포로 활약할 수 있었던 데는 김세영과 함께 영입된 김미연(26)이 뒤를 받쳐줬기 때문이다. '만점짜리 FA'였다. 이재영의 리시브 부담을 줄이면서 레프트 한 자리를 책임져줄 최적의 파트너로 맹활약했다. 이재영은 "우리 팀에는 좋은 선수가 많아 내가 짊어질 부담이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여자프로배구 경기가 9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이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던지며 환호하는 흥국생명 선수들의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흥국생명이 2016~2017시즌 우승한 데 이어 2년 만에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한 가지는 박미희 감독이 강조한 '원팀'이다. 흥국생명을 5년째 지휘하고 있는 박 감독은 사령탑 초창기보다 냉정해졌다. 소위 '프로페셔널'해졌다. 선수들에게 사사건건 지적하는 것보다 그들 스스로 '원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율과 책임을 강조했다. 박 감독은 "그 동안 '나와 너'밖에 몰랐던 선수들의 정신적 시야를 넓혀줬다. 목표와 생활패턴이 다른 16명의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한 데 묶어 '우승'으로 하나가 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위대한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프로 여성 사령탑 최초의 통합우승에 도전한다. 박 감독은 "두 번째 기회가 왔다. 나와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이 좋은 성과를 내야 지도자를 꿈꾸는 여자 후배들이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다. 통합우승 꼭 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흥국생명은 21일부터 플레이오프(도로공사-GS칼텍스) 승자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을 치른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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