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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져갑니다."
남자 배구대표팀 사령탑인 김호철 감독은 결승전이 끝나고 한참 지난 뒤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가능성'을 언급했다. 평생을 '승부사'로 사는 김 감독이지만, 이번만큼은 패배에 대한 아쉬움 보다 최선을 다하고 졌다는 허탈함이 더 큰 듯 보였다. 그 허탈함의 빈자리를 김 감독은 '가능성'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값진 은메달을 수확한 선수들을 칭찬하며 성과를 언급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많이 노력했다. 그간 준비과정에서 힘들어 하면서도 잘 견뎌왔다. 거기에 운도 따라 주고 해서 결승까지 왔는데, 선수들이 오늘 마지막 경기를 열심히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비록 우리가 생각했던 것을 전부 이루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봤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아시안게임을 통해) 충분히 가져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구체적으로 경기 중 아쉬웠던 순간에 대한 질문에 "2세트 때 서브하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연속 범실이 나오는 바람에 따라갈 수 있는 찬스에도 불구하고 따라가지 못했다. 그 부분이 아쉬웠는데, 그 외 나머지는 다 잘 됐다"면서 "사실 서브도 전략적으로 때리기도 했다가, 강하게도 때렸다가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다 해봤다. 선수들과 그간 서브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것들을 다 시도했다. 하다가 범실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선수들의 실수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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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은 아시아랭킹 1위, 세계랭킹 8위의 최강팀이다. 사실 선수 구성이나 지역면에서 '아시아'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 김 감독은 "아무래도 이란을 상대하며 어려웠던 점이라면 스피드와 높이다. 특히 상대방 세터가 해주는 토스를 우리 센터 블로킹이 따라가기 쉽지 않다. 일단 거기서 기가 꺾였다. 그래도 지금 높이가 약간 떨어지는 것 있지만, 나머지 부분들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고 했다.
김 감독은 벌써 미래를 보고 있다. 이 패배를 자양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그는 "이란은 우리와 차이가 큰 팀이다. 우리들은 그걸 이겨보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란을 넘지 못하면 아시아에서 우승이 어렵다. 신장이나 스피드 등 전체적으로 다들 조금 모자라는 게 사실이지만, 그런 부분을 메우려 노력한다면 우리도 대등한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잠시 휴식 후 겨울부터 전국을 떠돌 계획이다. 신장이 좋은 고교, 대학생 유망주들을 직접 보고 그들을 모아 훈련 시켜볼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한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승부사' 김호철은 패배 후 다시 또 우뚝 일어섰다. 성난 눈으로 상대를 노려보며 이길 궁리를 이미 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