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탈출에도 겁에 질린 선수들, 한국전력에 무슨 일이?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1-26 17:12 | 최종수정 2017-11-26 22:28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정말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나요…?"

한국전력의 에이스 전광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입꼬리는 슬쩍 올라간 미소였지만, 눈동자는 흔들렸다. 분명 '두려움' 또는 '걱정'의 감정이었다.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잘 했다. 전광인은 26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에서 18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대1(25-20, 19-25, 25-22, 25-20) 승리를 견인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도 칭찬했다. "전광인이 상대 볼을 많이 받으면서 힘들텐데 잘 해줬다."

전광인을 따라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인혁 안우재의 표정도 심상치 않았다. "저희는 그저 따라야죠." 힘없는 미소로 고개를 떨궜다. 이들 역시 각각 12득점, 13득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마냥 기쁜 표정만은 아니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KB손해보험전 승리로 한국전력은 연패 고리를 4경기에서 끊고 5위로 뛰어오르며 꼴찌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전광인 안우재 김인혁 등 승리 주역들은 다소 겁에 질린 듯, 새파랗게 엷은 미소만 지을 뿐 별 다른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도대체 한국전력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김 감독이 '지옥 훈련'을 예고했다. 아니, 이미 하고 있었는데 무기한 연장을 선언했다. 한국전력은 KB손해보험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새벽 6시부터 밤 9~10시까지 이어지는 지옥 훈련을 해왔다. 새벽, 오전, 오후, 야간 총 네 번으로 나눠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강도 높은 훈련 일정 소화 후 상승세의 KB손해보험을 제압하자 김 감독은 이에 확신을 가진 것이다. "못 살게 굴고 힘들게 해야 시합이 잘 되는 것 같다. 앞으로 몇 연승을 하든 쭉 이어갈 계획이다."

예외는 있다. 권영민(37) 이선규(36) 윤봉우(35) 등 나이 지긋(?)한 노장들과 확고한 주전급은 새벽, 야간 훈련에 필참하지 않아도 된다. 김 감독표 지옥 트레이닝의 타깃은 20대 초중반의 비주전조. "대학생 나이나 20대 중반대의 선수들은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선수들의 희미한 미소와는 결이 다른 김 감독의 짙은 눈 웃음. 선수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결코 쉽게, 또 연패로 인해 '징벌적 차원'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다. 젊은 선수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길 간절히 바라는 게 김 감독의 진심이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김 감독은 "사실 지난 현대캐피탈전 이후 이호건 김인혁을 호되게 혼냈다. 다 같은 프로지만 신인 선수답게, 더 패기 있게 훈련하고 부딪히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와서 어린 선수들을 봤을 때 체력과 힘이 너무 떨어지더라. 이 부분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절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감독의 의중이 워낙 확고하니 선수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감독님께서 시키면 따라야죠." 전광인의 대답을 시작으로 안우재 김인혁도 연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다수의 주축 선수들이 이탈한 현재, 한국전력의 무기는 젊음과 투지, 그리고 패기다.


의정부=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26일)

남자부

한국전력(4승7패) 3-1 KB손해보험(6승5패)

KBL 450%+NBA 320%+배구290%, 마토토 필살픽 적중 신화는 계속된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