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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인터뷰]⑨'근성맨' 김철수 감독 "팀에 내 목숨 걸었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9-07 20:56


김철수 감독(오른쪽).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내 목숨을 걸었다."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47)은 배구판에 소문난 '근성맨'이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환한 미소의 소유자. 겉 모습만 보면 사람 좋은 동네 삼촌 같다. 그런데 그 속엔 타오르는 승부욕과 근성이 숨어있다. 7일 경기 의왕에 위치한 한국전력 훈련장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그는 전북 김제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4남매 중 삼남, 형과 누나, 그리고 남동생이 있다. "형, 누나는 되게 어렵게 컸다더라. 난 그래도 굶진 않았다."

형은 서울대 출신, 남동생은 의사로 둘 다 공부를 잘했다. 김 감독은 형제들과 달리 운동을 했지만 특출난 구석이 있었다. 선천적으로 승부 근성이 강했다. "동네에서 유명했다. 싸움이든 운동이든 뭐든 이기려고 덤벼들었다. 무조건 끝장을 봤다."


김철수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감독이 된 '늦깎이'

그가 배구와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3학년 때다. "그 때 키가 1m80 넘었고 발이 285mm였다. 시골엔 맞는 신발이 없더라. 그래서 시내 신발가게로 갔는데 마침 가게 사장님이 그 지역 배구협회 간부였다. 그 분의 추천으로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배구. 모든게 부족했다. 하지만 선천적 근성이 발동했다. 지고 싶지 않았다. "동기들보다 많이 늦었다. 사실 기본기가 있나 뭐가 있나. 때리면 맞아가며 머리 박고 했다. 진짜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더라." 배구 선수 김철수를 키운건 8할이 근성이었다. 급성장했다. 남성고-성균관대를 거쳐 1994년 한국전력에 입단했다. 같은 해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후 선수로, 코치로 23년여의 시간을 한국전력에서 보낸 김 감독은 지난 4월 신영철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전력 지휘봉을 잡았다. 생애 첫 사령탑 취임. 어떤 기분이었을까.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 생각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물음표

김 감독 선임은 많은 물음표를 불러모았다. "어떤 배구를 할 것인가?" "지도력은 있는가?" "프런트엔 휘둘리지 않을까?" 김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합당한 질문이다."

김 감독이 미소 지으며 입을 열였다. "이동 공격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전력의 미들 블로커 속공이 느렸는데 그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야 한다. 일본, 중국 센터들의 움직임이 그렇다."

이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승부욕과 근성이다. 악착같이 이기기 위해 뛰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며 "이름값 보다는 땀방울의 무게로 선수를 판단하겠다"라고 했다.

센터의 움직임을 강조한 김 감독. 한데 방신봉은 은퇴했고, 전진용은 트레이드됐다. 센터진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아쉽지만 방신봉과는 작별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노련하고 뛰어난 선수지만 더 신선하고 활력 있는 팀을 만들어야 했다. 전진용 역시 고민을 많이 했지만 비슷한 맥락"이라며 "레프트였던 안우재를 센터로 기용할 계획인데 잘 따라오고 있다. 본인도 욕심을 내고 있다.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기대 이상으로 안우재가 좋다"고 했다.

'한전맨'이라고도 불리는 김 감독. 과연 프런트를 향해 소신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김 감독은 "프런트와 선수단은 공생 관계다. 나는 누구보다 팀에 오래 몸 담았다. 구단과 소통하는 법을 알고 있다"며 "구단 역시 선수단을 위해 최선의 지원을 할 계획이다. 선수단에 필요한 건 무엇이든 내가 책임지고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감독(오른쪽).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목숨을 걸다

담금질에 한창이던 차에 악재가 닥쳤다. 세터 강민웅이 시즌아웃됐다. 오른 허벅지 사두근 세 개가 끊어져 4일 수술대에 올랐다. 김 감독은 "한 2~3일간 선수 걱정과 고민을 많이 했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 권영민을 중심으로 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흔들림은 없다. 결연한 각오다. 김 감독은 "선수 몇몇 빠진다고 흔들리면 그건 팀이 아니다. 누가 언제 들어와도 강한 팀을 만들 것이다. 그간 출전이 적었던 선수들도 이를 악물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독기를 품고 뛰고 있다"며 "나 역시 내 목숨을 걸었다. 혹자는 '감독 물러나도 한국전력 직원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그럴 생각 없다. 나는 직원이 아닌 감독이다. 책임지는 자리다. 만약 좋은 팀으로 만들지 못하면 망설임 없이 물러날 각오"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그리고 툭 한 마디 던지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번 시즌 한국전력을 지켜봐달라. 내 목숨을 걸고 이기는 팀을 만들겠다."
의왕=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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