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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는 지금 '세터 춘추전국시대'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1-04 21:17


한국전력의 세터 강민웅.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배구는 세터 하기 나름이다."

V리그 사령탑들의 입에서 흔하게 나오는 말이다.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는 대혼돈이다. 전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의 접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매 경기 순위가 요동친다.

안갯속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올시즌. 판도 분석에 있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세터 경쟁이다.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세터 대결도 열기를 더하고 있다.

그간 세터 대결의 판도는 유광우(삼성화재), 한선수(대한항공)의 2파전이었다. 탁월한 센스와 판세를 꿰뚫는 통찰력은 두 선수의 최대 무기였다. 유광우 한선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코트 장악력과 볼 배급으로 V리그를 양분했다.

지난 시즌 한선수는 세트당 평균 11.463개의 세트를 성공시켜 이 부문 1위였다. 2위는 유광우였다. 유광우는 세트당 평균 11.225개를 성공시켰다. 유광우와 한선수는 지난 7시즌 동안 세트 부문 선두를 나눠가졌다. 이 기간동안 유광우가 4번, 한선수가 3번 1위를 했다. 대표팀 세터도 두 선수의 몫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엔 다른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유광우는 세트당 평균 10.905개(이하 3일 현재)를 기록해 세트 부문 4위에 자리했다. 한선수(세트당 평균 10.162개)는 5위다. 지난 시즌 대비 세 단계씩 하락했다.

'유광우-한선수 천하'였던 세터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선수들이 있다. 우선 강민웅(한국전력)을 꼽을 수 있다. 강민웅은 평균 11.400개의 세트를 성공시켜 세트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2007~2008시즌 신인 강민웅은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결국 '연습생'으로 삼섬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코트에 서지 못했다. 유광우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대한항공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한선수에게 밀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 중반 한국전력으로 이적하면서 눈을 떴다. '컴퓨터 세터'로 명성을 날렸던 신영철 감독의 조련 아래 V리그 최고 세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노재욱(현대캐피탈)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 하다. 2014년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전신)에 입단하며 프로생활을 시작한 노재욱 역시 2015년 4월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기면서 날갯짓을 시작했다. '스피드 배구'를 외치는 최태웅 감독의 가르침 속에 리그 정상급 세터로 급성장하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과감하고 대범한 경기 운영으로 '세터 춘추전국시대'에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노재욱(세트당 평균 11.182개)은 세트 부문 2위다.

김광국(우리카드)은 우리카드의 돌풍을 이끌고 있다. 외국인선수 파다르의 눈에 띄는 활약 이면에는 김광국의 자석 세트가 숨어있다. 김광국은 올시즌 부쩍 속도가 빨라진 세트를 선보이며 세트당 평균 11.038개를 성공시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 얼굴도 있다. 올시즌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은 '신예' 황택의다. 황택의는 세트 포지션 최초로 1순위 지명을 받은 기대주다. 프로 경험이 부족하지만 기량 만큼은 여느 선배 세터들에 뒤지지 않는다. 황택의는 빠르고 과감한 볼 배급으로 KB손해보험 공격을 주도하고 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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