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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한국전력에 패한 뒤였다.
대한항공의 연패수는 '4'까지 늘어났다. 그러자 설 연휴였던 8일 KB손해보험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이 경기마저 패할 경우 스스로 지휘봉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KB손보의 벽을 넘지 못했다. 심리적 압박에 시달린 김 감독은 구단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장고에 돌입했다. 정규리그가 6라운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감독의 사퇴 의사를 받아들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프런트가 머리를 맞댔다. 마지막 반전도 일어날 수 있고 감독 사퇴가 선수들에게 어떤 부분으로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구단의 선택은 변화였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할 경우 후회가 남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구단은 11일 김 감독의 자진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개막에 앞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4라운드까지만해도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레프트 신영수와 곽승석이 백업 멤버로 중용될 정도로 전력이 탄탄했다. 김 감독은 "사실 시즌 초반에는 처져있다가 중반부터 치고 올라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뒤바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5라운드에서 5연패에 내몰리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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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수들이 지난달 3일 삼성화재전 패배에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대한항공은 먼저 2세트를 따내고도 내리 3세트를 내줘 패했다. 특히 삼성화재의 외국인 공격수 괴르기 그로저가 독일대표팀 차출로 빠진 상황이어서 충격은 더 컸다.
시즌 중반 외국인 공격수가 교체된 점도 부진의 요인이 됐다. 산체스는 리시브가 잘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단 공격 또는 오픈 공격에서 득점을 내주는 능력이 출중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산체스를 대체한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빠벨 모로즈는 그 능력이 떨어졌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상대 팀은 분석을 통해 약점을 파고들었다. 모로즈는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해주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남은 시즌을 장광균 코치에게 맡겼다. 해법은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연패 탈출의 열쇠는 선수들이 쥐고 있다. 선수들이 스스로 뭉쳐줘야 한다는 얘기다. 이걸 위해 김 감독은 자신을 희생했다. 김 감독은 "이번 시즌이 우승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분위기를 타지 못했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만큼 선수들이 잘 해 주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미래를 위한 판단이 성급했는지의 여부는 시즌이 끝난 뒤 드러날 것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