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이 프로 종목에서 우승하기 위해선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감독의 지략, 선수들의 투지, 투자, 프런트 역량 등 많은 요소가 어우러져야 한다. 스포츠조선은 반환점을 돈 V리그 남자부 4강(OK저축은행, 대한항공, 삼성화재, 현대캐피탈) 팀들의 우승 조건을 살펴봤다. 첫 번째 팀은 OK저축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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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2)은 올 시즌을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절박했다. 내년 시즌 변수가 생긴다. 외국인 선수 수혈 방법이 자유 계약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바뀐다. 새 시즌부터는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승부를 좌우할 키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감독은 "우리보다 다른 팀들이 좋은 국내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번 시즌 우승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몸을 낮췄다.
OK저축은행은 4일 현재 16승5패(승점 50)를 기록,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2위 대한항공(승점 42)에 8점이나 앞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이 우승을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신뢰'와 '희생'이다. 김 감독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 쌓여야 한다. 기술적인 면에서 개인 위주로 펼쳐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일 대한항공에 먼저 2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3세트를 따내 대역전승을 거둔 삼성화재에 대한 부러움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삼성화재가 부럽기도 하더라. 같이 뭉쳐서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내가 우리 선수들에게 좀 더 강조하고 싶은 바다. 동반자와 동업자 의식들이 좀 더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서 선수들에게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는 "우승도 해봤기 때문에 리그 후반에 가면 당연히 알아서 악착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속에서 양보와 희생하는 모습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결국 심리적인 것이 남은 우승 조건이었다.
주먹구구 마케팅은 그만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이 2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선 달성돼야 할 또 다른 조건이 있다. OK저축은행 내 배구시스템 정착이다. 구단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OK저축은행은 창단 2년 만에 V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창단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생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다보니 구단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중 한 가지가 경기력과 마케팅의 충돌이다. 배구단을 통해 OK저축은행은 그룹 이미지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그룹 고위층의 마케팅적 욕심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무국장이 여러차례 교체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기장 내 뿐만 아니라 지역 밀착 봉사활동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산 팬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펼치는 것은 프로 선수단의 기본적인 의무다. 그러나 프런트와 선수단은 협력의 관계이지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다. 선수단의 일정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획자의 아이디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단이 짊어지게 된다. 악순환이 계속되다보면 선수들은 소속감이 떨어지게 된다. 선수단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마케팅은 독이 될 수 있다. 프로팀의 최고의 마케팅은 성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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