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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로 감독 2년차다. 그러나 승부처에서의 지략과 선수 운용은 베테랑 사령탑 못지 않은 모습이다.
김 감독은 지난 23일 플레이오프 파트너였던 한국전력을 꺾고 챔프전 1차전까지 나흘의 준비기간이 있었다. 김 감독은 기본기를 좀 더 가다듬었다. 레프트 송희채와 강영준, 리베로 정성현의 서브 리시브율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김 감독의 준비는 제대로 먹혀 들었다. 이날 송희채는 리시브 성공률이 51.72%였다. 정성현은 78.26%의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반면, 삼성화재는 리베로 이강주가 82.35%로 고군분투했지만, 레프트 류윤식의 리시브 성공률이 44.74%로 저조했다. 당연히 리스브가 좋았던 OK저축은행의 공격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서브 타깃도 류윤식에게 집중했다. 또 레오도 포함시켰다. 결정적인 순간 레오에게 서브 6개를 넣었다. 레오는 세터 유광우에게 두 차례밖에 정확한 리시브를 전달하지 못했다. 그러자 OK저축은행의 높이가 살아났다. OK저축은행은 블로킹에서 삼성화재보다 두 배 많은 10개를 잡아냈다.
30초간 주어지는 작전타임에서도 김 감독의 영리함을 엿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과 상대 허점, 팀 문제점 등을 호통 대신 부드러운 어조로 전달한다. 월드클래스 시몬도 김 감독의 순간적인 판단을 100% 믿고 따른다.
현역시절 한국 최고의 라이트로 활약한 김 감독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당시 수많은 빅매치를 치렀던 김 감독의 한 마디는 챔프전을 처음 경험하는 OK저축은행의 젊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세터 이민규는 "솔직히 긴장을 했다. 대학시절부터 '언젠가는 프로무대 챔프전 무대를 뛸 수 있을까'라고 상상했던 것 들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긴장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며 "감독님께서 '적당한 긴장감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하시더니 '막상 경기 시작하고 코트 들어가면 별거 없다. 평소와 똑같다'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경기 전부터 평소와 똑같이 행동했다.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구의 神(신)'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앞에서 더 '여우'같았던 김 감독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