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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올 시즌 삼성화재 출신 사령탑들이 남자부 프로배구 포스트시즌을 채우게 됐다. 주인공은 '배구의 神(신)' 신치용 감독을 비롯해 김세진 OK저축은행과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김 감독과 신영철 감독은 신치용 감독 밑에서 배구를 배웠다. '제자'들이 이제 '스승'이 지키던 자리를 위협한다.
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진행된 2014~2015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치용과 신영철 감독은 코치와 선수로 인연을 맺었다. 신영철 감독은 프로 출범 이전 한국전력 선수로 뛰었고, 신치용 감독은 한국전력 코치였다. 이후 신치용 감독이 삼성화재 창단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신영철 감독도 둥지를 옮겨 플레잉 코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선수와 코치로 신치용 감독의 지도 철학을 배운 것만 족히 15년이 넘는다.
신영철 감독은 "신치용 감독님과 김세진 감독과는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신치용 감독님은 사석에서 선생님이라고 하고, 김세진 감독은 세진아라고 부른다"면서 "김 감독은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으로 창단 2년 만에 성공해 신치용 감독님께 잘 배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청출어람'을 외치는 제자들의 발언에 신치용 감독의 마음은 어떨까. 신치용 감독은 "김세진 감독은 1991년 국가대표 코치를 할 때 처음 만났고, 신영철 감독은 한국전력 코치 시절에 만났다. 내가 잘한 것이 아니고 두 감독들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삼성화재가 오늘날이 있기까지 만든 주인공이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챔프전에서 패하더라도 이왕이면 오래 알게 된 사람들에게 지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지더라도 웃으면서 물러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행복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은 순순히 물러날 마음이 없다. 제자들에게 이번 시즌까지 우승을 양보하라고 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신치용 감독은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두 감독이 이 정도까지만 하고 올해까지 삼성화재가 우승하는 걸로 하자. 딸이 4월에 결혼하는데 우승하고 결혼시켜야 되지 않겠냐"며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