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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프로배구에 '쿠바 폭격기' 시몬(27·OK저축은행) 광풍이 불고 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전략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시몬의 멀티 능력이다. 세계 톱 센터 출신인 시몬은 쿠바 국가대표로 뛸 때 가끔씩 라이트 공격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라이트 공격의 성공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의 직감이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김 감독은 "세터 이민규가 워낙에 빠른 토스를 잘 하다보니 그 토스에 맞춰 활약할 외국인 선수가 필요했다. 포지션 파괴도 모험이었다. 계속 영상 돌려보고 주변에 물어보고 찾다가 마지막에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몬은 폼도 좋지만 간결하고 빠른 스윙을 갖고 있다. 탄력도 좋고 키가 큰 선수다. 높이만 살려주면 어느정도 때리겠다 생각했다. 대충 척 보면 보인다"며 덧붙였다.
'적장'에게도 칭찬을 이끌어낸 시몬이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시몬은 역시 위력적이었다. 어차피 외국인선수 싸움인데, OK저축은행은 당분간 시몬으로 쭉 갈 것 같다"고 했다.
인성이 좋고, 온화한 성격을 가진 외국인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한국형 외국인선수가 되겠다는 선수는 없었다. 시몬의 인성은 거함 삼성화재를 꺾은 뒤 드러났다. 김 감독을 향해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김 감독이 시몬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다. 기량보다 인품이 좋단다. 바뀐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 반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비시즌 기간 제주도 동계훈련 때는 한라산 등반 열외 대상자였지만, 자청해 산 정상을 밟았다고 한다. 또 표정을 찡그리는 적이 없단다. 팀 내에선 '스마일맨'으로 통한다. 어린 선수들의 든든한 맏형 역할까지 해주고 있어 김 감독은 시몬에게 주장을 맡기고 싶어했다는 후문이다.
세계적인 선수의 팬 서비스는 뭔가 달라도 달랐다. 시몬은 만점 데뷔전을 펼친 뒤 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으로 변신했다. 검은색 모자와 웃옷을 입고 승리의 댄스를 동료들과 함께 췄다. 안산 상록수체육관을 메운 2000여명의 관중들은 올스타전에서만 볼 수 있는 외국인선수의 파격 변신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시몬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팬들은 벌써부터 시몬의 별명을 지어줬다. '시몬~스터'다. 이 별명대로 시몬은 한국 배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괴물이 될 전망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