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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KEPCO의 세터 김상기(31)는 정든 배구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팀의 사정이 있었다. 2005년 시즌 V-리그 출범당시 한국배구연맹(KOVO)은 아마추어팀으로 있던 KEPCO에 2011~2012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수 전원 프로화를 마무리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2010~2011시즌이 끝나고 KEPCO는 직원 신분이었던 몇몇 선수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살생부에는 김상기도 있었다.
김상기는 고민했다. 가족이 눈에 밟혔다. 배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정에 소홀했다. 신 감독의 약속이 김상기의 마음을 흔들었다. 신 감독은 김상기에게 안젤코 영입이 확정됐다고 했다. 또 세터를 중심으로한 빠른 배구를 약속했다.
결국 김상기는 복귀를 결심했다. 몸상태가 엉망이었다. 3월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았다. 체중도 10㎏나 불었다. 몸만들기에 매진했다. 쉽지 않았다. 5월 수술대에 올랐다. 계속 말썽인 오른쪽 발목을 고치기로 했다. 3개월 동안 재활 훈련에 매진했다. KOVO컵대회를 열흘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 KOVO컵에서는 간만 봤다. 해볼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11월 V-리그 개막까지 몸을 만드는 동시에 조금씩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11월 V-리그 개막 후 김상기는 팀의 11경기에 모두 나섰다. 토스의 높이는 조금 낮아졌지만 노련한 토스워크로 다양한 공격을 이끌었다. 좋은 세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세트에서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350개를 시도해 185개를 성공시켰다. 세트당 평균 10.88세트로 이 부문 5위에 올라있다. 김상기의 활약에 만년 꼴찌팀이었던 KEPCO는 승점23(8승 3패)으로 2위에 올라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김상기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상태가 60%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몸때문에 선수들과 손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 시간을 늘려갈 생각이다. 100% 몸상태가 되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1차 목표인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이고 더 큰 꿈도 꾸고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신장(1m78)은 크지 않지만 경험과 노련미로 팀을 이끈다. 배구의 대한 감각과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감독은 "김상기의 몸이 좋아진다면 우리 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