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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번복하고 돌아온 KEPCO 김상기, 팀돌풍 이끌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2-05 14:22 | 최종수정 2011-12-05 14:19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김상기. 스포츠조선 DB

3월 KEPCO의 세터 김상기(31)는 정든 배구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팀의 사정이 있었다. 2005년 시즌 V-리그 출범당시 한국배구연맹(KOVO)은 아마추어팀으로 있던 KEPCO에 2011~2012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수 전원 프로화를 마무리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2010~2011시즌이 끝나고 KEPCO는 직원 신분이었던 몇몇 선수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살생부에는 김상기도 있었다.

김상기는 경기도 의왕에 있는 숙소에서 짐을 뺐다. 직원 교육을 받기 위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로 향했다. 직원 교육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기에 대한 이론을 배우고 고객 응대 방법도 배워나갔다.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던 4월 중순이었다. 신춘삼 신임 KEPCO감독이 그를 찾았다.

강만수 감독의 뒤를 이어 KEPCO를 맡은 신 감독은 고민이 깊었다. 특히 세터가 부족했다. 최일규(25) 김천재 김정석(이상 22)도 있었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김상기만한 세터가 없었다. 신 감독은 직원교육을 받고 있는 김상기를 찾아갔다.

김상기는 고민했다. 가족이 눈에 밟혔다. 배구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정에 소홀했다. 신 감독의 약속이 김상기의 마음을 흔들었다. 신 감독은 김상기에게 안젤코 영입이 확정됐다고 했다. 또 세터를 중심으로한 빠른 배구를 약속했다.

결국 김상기는 복귀를 결심했다. 몸상태가 엉망이었다. 3월 이후 운동을 하지 않았다. 체중도 10㎏나 불었다. 몸만들기에 매진했다. 쉽지 않았다. 5월 수술대에 올랐다. 계속 말썽인 오른쪽 발목을 고치기로 했다. 3개월 동안 재활 훈련에 매진했다. KOVO컵대회를 열흘 앞두고 팀에 복귀했다. KOVO컵에서는 간만 봤다. 해볼만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11월 V-리그 개막까지 몸을 만드는 동시에 조금씩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었다.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11월 V-리그 개막 후 김상기는 팀의 11경기에 모두 나섰다. 토스의 높이는 조금 낮아졌지만 노련한 토스워크로 다양한 공격을 이끌었다. 좋은 세터의 척도라 할 수 있는 세트에서 발군의 활약을 선보였다. 350개를 시도해 185개를 성공시켰다. 세트당 평균 10.88세트로 이 부문 5위에 올라있다. 김상기의 활약에 만년 꼴찌팀이었던 KEPCO는 승점23(8승 3패)으로 2위에 올라있다.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었지만 김상기는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자신의 몸상태가 60%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는 "몸때문에 선수들과 손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계속 시간을 늘려갈 생각이다. 100% 몸상태가 되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1차 목표인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론이고 더 큰 꿈도 꾸고 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신장(1m78)은 크지 않지만 경험과 노련미로 팀을 이끈다. 배구의 대한 감각과 눈썰미가 대단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 감독은 "김상기의 몸이 좋아진다면 우리 팀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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