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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체전] 파리銀 김원호·애틀랜타金 길영아…"모자 금메달리스트 하래요"

기사입력 2024-10-11 08:13

[촬영 설하은]
[삼성생명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준결승전에서 김원호-정나은 조가 서승재-채유정 조를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도중 메스꺼움을 호소하던 김원호가 구토를 하고 있다. 2024.8.2 ha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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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 김원호 "다음 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 금메달을"

내달 14일부터 3주 기초군사훈련…"어깨는 휴식, 화생방 훈련 후 피부는 걱정"

(밀양=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모자(母子) 금메달리스트 하라던데요. 하하."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리스트 김원호(삼성생명)의 엄마이자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이 웃으며 말했다.

금메달리스트의 아들 김원호 역시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김원호는 10일 경남 밀양배드민턴경기장에서 열린 경남과의 제105회 전국체육대회 배드민턴 남자 일반부 8강전 3경기 복식을 치른 직후 연합뉴스와 만나 "다음 올림픽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남자복식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밝혔다.

김원호는 정나은(화순군청)과 짝을 이룬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그는 "우리는 아무런 기대를 받지 않았다.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며 '깜짝 은메달'이라는 평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무너지는 형들을 많이 봐서 나도 걱정스럽기도 했다"는 김원호는 "공허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다. 아직 진행 중인 것 같긴 하다"면서도 "(올림픽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래도 잘 붙잡고 있다"고 웃었다.

'금메달리스트 엄마'의 그늘에 있던 김원호가 은메달을 계기로 부담감을 좀 털어낸 것 같다며 미소 지은 길영아 감독은 주변으로부터 '모자 금메달리스트'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금메달리스트의 아들로 살아온 선수 김원호가 "애늙은이 같기도 하다"며 안쓰러워하기도 했다.

길 감독은 아들이자 배드민턴 후배인 김원호가 운동에만 매진하고, 속도 깊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김원호는 "선수로서 엄마를 지켜보면 너무 배울 게 많다"며 '배드민턴 전설'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엄마는 내가 어려움에 닥치면 멘토가 돼주기도 한다. 주로 파트너의 성향과 플레이 스타일 등 복식 경기 운영과 멘털 부분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물어보면 조언해주신다"며 "나는 그냥 표현을 잘 못하고 과묵한 아들일 뿐"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올림픽 은메달까지, 고비의 연속이었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패배하면서 1승 2패에 그쳤으나 프랑스가 상위 랭커인 인도네시아를 잡아준 덕에 김원호-정나은 조가 극적으로 8강 티켓을 잡았다.

준결승에서는 상대 전적 5전 전패로 밀렸던 대표팀 선배 서승재-채유정을 만났고, 젖 먹던 힘까지 끌어 쓴 탓인지 경기 도중 메디컬 타임을 요청해 봉지에 구토하기도 했다.

듀스 끝에 선배들을 제치고 결승에 올랐고,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김효정 조(금메달) 이후 처음으로 한국 배드민턴에 올림픽 혼합복식 메달을 안겼다.

이 과정에서 김원호는 은메달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내내 되새길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첫 경기 패배 직후 올림픽 무대가 끝인 줄 알고 엄청 좌절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는 건가 싶었다"는 김원호는 "그 와중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게 전화위복이 됐다. 절대 어느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원호의 마음가짐이 팀 전체로 퍼진 것일까.

이날 전국체전 남자 일반부 8강전에서 강호 경남에 1, 2경기를 모두 내줘 탈락 위기에 몰렸던 부산(삼성생명)은 3경기에서 김원호-강민혁 조가 임수민-박설현 조를 2-0(24-22 21-13)으로 꺾은 걸 시작으로 4경기 복식 서승재-안윤성 조와 5경기 단식 허광희가 모두 승리해 극적으로 4강에 진출했다.

올림픽에서 한계를 넘어서는 투혼을 펼친 탓인지, 김원호의 어깨 인대에 무리가 갔다.

아픈 상태로 지난 8월 코리아오픈에 출전해 혼합복식 3위에 올랐으나 어깨 상태는 악화했다.

이날도 어깨 통증으로 시원하게 스매시를 꽂지 못했고, 관중석에서 지켜보던 길영아 감독은 "아이고, 제대로 때리지를 못하네"라며 안쓰러워했다.

올림픽 은메달로 병역특례를 받은 김원호는 내달 14일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한다.

라켓을 잡지 않는 3주가 어깨를 비롯한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걸로 김원호는 예상했다.

"머리를 깎으면 창피할 것 같다"며 까까머리를 한 자기 모습을 상상한 김원호는 화생방 훈련 과정에서 피부 발진이 올라오진 않을지 걱정했다.

올림픽에서 몸이 극한에 다다른 탓인지 갑자기 피부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다고 한다.

김원호는 "올림픽을 겪으면서 신체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 화생방 훈련 중 화학 물질이 닿으면 또 피부 발진이 심하게 올라오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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