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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인 부산(삼성생명)과 경남(밀양시청)의 남자 일반부 단체전 8강전만 경기장 한쪽 구석의 1번 코트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코트 바로 옆 관중석에서는 검은 히잡을 쓴 한 여성이 손으로는 열심히 동영상을 찍고, 입으로는 한국어로 "이기자! 삼성(생명)!"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인도네시아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K-배드민턴 팬 아야(31)씨였다.
마케팅 직종에서 일하는 아야씨는 전국체전 배드민턴 경기를 보기 위해 휴가와 재택근무제 등을 활용해 9일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14일 인도네시아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한다.
아야씨는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원호, 파리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서승재, 강민혁 등이 소속된 삼성생명을 응원하기 위해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장에 자리를 잡았다.
아야씨는 부산(삼성생명)이 1, 2경기를 먼저 경남(밀양시청)에 내줘 패배 위기에 몰리자 "지면 어떡해. 안 돼. 슬퍼"라며 울상을 지었고, 3경기에서 김원호가 실수하자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원호! 집중!"이라고 외치며 힘을 불어넣었다.
삼성생명의 샷이 네트에 걸리자 아야씨는 괴로운 듯 자기 머리를 감싸 쥐었고, 안경을 확 벗기도 했다.
경기장에 들어온 지 이미 5시간가량 지나 지쳤을 법도 하지만, 5경기에서 삼성생명의 허광희가 상대를 매섭게 몰아붙여 대역전승이 눈앞에 다가오자 아야씨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아야씨는 2012년 우연히 TV로 배드민턴 경기 중계를 보다가 강민혁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강민혁의 복식 파트너인 김원호에게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우와, 저 사람은 누구야?'라고 하면서 열심히 검색했다. 이후 유튜브 등을 통해 강민혁과 김원호의 경기를 다 찾아봤다"는 아야씨는 선수들의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올해에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한국(코리아오픈, 전국체전)까지 각국을 다녔다.
아야씨는 "스트레스를 배드민턴을 보면서 풀어 버린다. 삼성생명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힘이 나기도 하고, 일상에 지친 내게 리프레시(재충전)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원호와 강민혁, 서승재의 잘생긴 외모도 그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라면서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며 비밀에 부쳤다.
파리 올림픽 혼합복식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벌어진 한국 김원호-정나은 조와 인도네시아 리노브 리발디-피타 하닝티야스 멘타리 조의 맞대결에서는 자기 나라보다 한국을 응원했다고 한다.
아야씨는 "'한국 파이팅'을 외쳤다. 주변 사람들이 인도네시아를 응원해야지 왜 한국을 응원하냐고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꿋꿋하게 '코리아'였다"며 뿌듯해했다.
한국 드라마와 K팝으로 한국어를 독학한 아야씨는 K-배드민턴을 해외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자처한다.
유튜브 등에 올라온 각종 인터뷰 영상에 일일이 영어 자막을 달아 재가공하고, 이를 틱톡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수많은 해외 팬이 유입된다고 한다.
아야씨는 김원호 등 한국 배드민턴 선수들이 한국 내에서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훨씬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아야씨는 "한국 선수들은 정말 착하다. 특히 김원호는 사인이나 사진 요청을 일일이 다 받아준다. 단 한 번도 거절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팬서비스에도 늘 감동한다고 말했다.
soruha@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