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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추세는 5000, 1만m에 잘 타는 선수들이 너무 많다. 누가 메달을 걸지 예상할 수 없다. 제 역할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이승훈은 '빙속 마라톤', 극한의 레이스 1만m에서 아시아 유일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자타공인 세계적인 에이스다. '최강국' 네덜란드가 역대 23번의 올림픽 1만m에서 22번 우승했는데, 단 한번 금메달을 놓친 '사건'이 바로 2010년 밴쿠버올림픽이다. 네덜란드가 아닌 국가의 선수가 이 종목 메달을 따낸 것은 '한국의 빙속 에이스' 이승훈이 유일하다.
자신에게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해준 최장거리 종목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은 남다르다. 지난해 10월 평창올림픽대표선발전 5000m, 국내최고기록을 기록한 직후 이승훈은 "제가 대표팀 장거리 종목에서 빠지면 5000, 1만m 뛰어줄 선수들이 지금으로서는 많지 않다. 명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평창올림픽에서는 다시 한번 5000m, 1만 m에서도 시상대에 서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허벅지가 터져나갈 듯한 극한의 고통, 레이스 후 며칠간 몸살을 앓으면서도 1만m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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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트 베르흐스마(네덜란드)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소치올림픽에서 12분44초45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동료' 크라머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조에서 이탈리아의 다비드 기오토와 맞대결을 펼친다.
테드 얀 블로멘(캐나다)은 이 종목 세계기록(12분36초30) 보유자다. 남자 5000m 은메달리스트인 블로멘은 크라머 직전 5조에서 이탈리아의 니콜라 투몰레로와 맞대결을 펼친다.
김관규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위원장은 "5000m에서 이승훈이 5위를 했다. 아주 잘 탔다. 이승훈은 1만m에서 메달에 근접한 선수다. 소치올림픽에서도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페이스가 떨어지는 바람에 아주 아깝게 4위를 기록했다"고 떠올렸다. "1만m에서 충분히 메달을 다툴 수 있는 선수"라고 분석했다.
이승훈의 장점을 묻는 우문에 김 위원장은 "이승훈이라는 선수, 이승훈이라는 인간 자체가 장점"이라고 현답했다. 스케이팅기술, 코너워크, 지구력 등 선수로 가져야할 기본과 성실성과 강한 멘탈, 따뜻한 인성 등 인간으로서 갖춰야할 덕목을 모두 가졌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5000m, 1만m, 팀추월, 매스스타트 등 출전하는 4종목 모두 올림픽 메달권에 있는 선수라는 사실만으로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고 했다.
2010년 밴쿠버 금메달리스트, 2014년 소치 은메달리스트 이승훈이 2018년 꿈의 평창올림픽에서 또 한번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