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청운, 靑소년運동]웃고 떠들고 땀 흘리는 SPOPASS, 학교체육의 방향을 제시하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12-12 19:22


2017 청소년맞춤형프로그램(SPOPASS)
11일 오후 인천 예송중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예송중학교 학생들이 츄크볼을 즐기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2.11/


"야! 여기 여기!" "내가 저기로 갈 테니까 바로 그 쪽으로 던져!"

참 분주하다. 11일 인천 예송중학교 체육관. 이날은 정말 추웠다. 영하 9도에 칼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를 끌어내린 날씨. 예송중의 올해 마지막 'SPOPASS(스포츠나침반)'를 앞두고 살짝 걱정이 됐다. '이런 날씨에 체육활동이라니. 과연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2017 청소년맞춤형프로그램(SPOPASS)
11일 오후 인천 예송중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예송중학교 학생들이 빅발리볼을 즐기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2.11/
하지만 이는 크나큰 오산이었다. 대한민국의 열정 넘치는 만 14세, 중학교 1학년생에 대한 결례였다. 네모 각진 의자와 교실을 벗어난 학생들의 혈기 앞에서, 추위는 가던 길을 되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이 한 데 어우러져 웃고, 떠들고, 땀을 흘렸다. 청소년들이 뿜어대는 온도는 '36.5도'쯤 됐다. 심지어 30명의 학생은 같은 반도 아니었다. 각자 다른 4개 반에서 모인 친구들. 하지만 스스럼 없이 한 팀, '우리'라는 이름으로 달렸다. 티 없는 미소 속에 걱정은 사라졌다. 대신 기대감이 빈 자리를 채웠다. 'SPOPASS는 아이들을 어떤 길로 안내할까?'


2017 청소년맞춤형프로그램(SPOPASS)
11일 오후 인천 예송중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예송중학교 학생들이 빅발리볼을 즐기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12.11/
스포츠 나침반을 뜻하는 'SPOPASS'는 대한체육회에서 제시한 청소년 맞춤형 프로그램의 하나. '자유학기제'와 연동된 프로그램이다. 빅발리볼, 추크볼, 3대3 농구, 에어로빅스포츠 등 스포츠 경기를 통해 진로를 탐색하고, 꿈과 끼를 북돋우고, 스포츠맨십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올해 첫 시행됐다.

자유학기제는 중간, 기말고사 등 자필시험을 치르지 않고, 고교입시에도 성적 반영되지 않는 학기다. 이 기간 동안 진로탐색, 동아리, 예술,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진로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교육부의 의지다. 2013년 9월 시범시행을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쏟아진 긍정적 반응에 2016년 중학교 1학년생 또는 2학년생을 대상으로 전국 모든 중학교에 전면 도입했다.
잠시 눈을 돌린 사이 아이들은 순식간에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녹색 네 가지 색 조끼를 입고 팀을 나눴다. 대표 학생의 힘찬 구령에 맞춰 아이들은 몸을 풀었다. 한데 이상하다. 점점 박자가 빨라진다. 자세히 보니 서로 무언의 곁눈질이 오가며 입꼬리를 씰룩인다. 서둘러 본게임에 돌입하기 위한 묵시적 '담합'이었다. 그 와중에도 자세는 정확하고 빠뜨린 동작이 없었기에, 전문강사 2명이 할 수 있는 건 미소가 전부였다. 1년 여를 맞춰온 호흡으로 톱니바퀴 돌리듯 그렇게 본게임으로 신속히 돌입했다.

종목은 두 가지. 빅발리볼과 추크볼이었다. 빅발리볼은 지름 50cm의 큰 공으로 하는 배구, 추크볼은 핸드볼의 변형 게임이었다. 강사의 규정 설명이 끝나자 총성을 접한 경주마처럼 잽싸게 자기 자리에 선다. 0.1초의 망설임도 사치다. 이제 아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득점이다.


이리 저리 움직이며 공을 주고 받는 모습이 제법 세련미를 갖췄다. 오합지졸이 아니라는 얘기다. 때론 전혀 예상치 못한 '길'을 개척하기도 한다. 물론 어려움은 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또 손발이 어긋나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실패'가 아니었다. 수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더니 꽤나 효과적인 득점 전략을 수립했다. 그 속에서 각자의 특징에 맞는 역할도 찾기 마련이었다. 아이들이 앞으로 접하게 될 인생도, 사회도 꼭 이런 모습 아닌가. 분명 책상에서 교과서로만 배울 수 있는 부류의 지식은 아니었다.

강사들은 큰 틀만 유지할 뿐, 혼돈 속에서 피어난 창의의 진보를 흐뭇하게 지켜봤다. 전문강사 김민정 씨의 설명은 이랬다. "우리는 큰 규칙을 짚어줄 뿐 실질적인 게임은 아이들의 자율로 이루어진다." 이게 또 재미있다. 김 씨는 "게임의 룰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들만의 생각과 논의를 통해 또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낸다. 어른들의 생각으론 상상하기 어려운 그런 변화"라고 했다.



SPOPASS가 발하는 빛깔은 다채롭다. 예송중 학생부장인 주용성 교사는 "SPOPASS 시행으로 학교 입장에선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학생들 역시 남녀 가릴 것 없이 새로운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많은 아이들이 함께 잘 어울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2분 같은 2시간이 지났다. 올해부터 매주 2회씩 12주 간, 총 24회에 걸쳐 진행된 예송중의 SPOPASS. 아이들은 마지막 수업에서 '또 한 번'을 외친다. "내년에도 선생님 오시죠?" 전문강사는 빙긋 웃는다. "너네 하는 거 봐서…."


1학년 박민규 군은 "다른 친구들과 소통도 하고 새로운 많은 경험을 했던 알차고 재미있었던 시간"이라고 했다. 같은 학년 정다은 양은 "여학생들이 즐겁게 운동할 프로그램이 적었는데 SPOPASS를 하며 행복했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며 전문강사 쪽을 힐끔 쳐다봤다.

류미경 대한체육회 학교체육부장은 "대한체육회는 학생들이 스포츠를 통해 저마다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올해 자유학기제와 연계한 스포츠 특화 진로탐색 프로그램 'SPO-PASS(스포츠 나침반)'를 개발, 전국 단위로 지도자를 모집, 집중연수를 거쳐 단위 학교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수강 학생들의 호응이 뜨겁다. 내년에는 올해 프로그램 운영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더 많은 학생들이 수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교체육은 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협업(Teamwork)이 가장 중요하다. 시도교육청과 일선 학교, 각 시도체육회에 더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인천시체육회 관계자 역시 "SPOPASS에 대한 시행 학교, 학생 및 모든 관계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다. 대한체육회가 지원하는 SPOPASS 관련 물품들은 프로그램 종료 후 학교에 기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첫 시행이라 강사 수급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긍정적인 반응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 내년엔 강사 풀이 더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웃음, 소통, 땀을 자양분 삼아 줄기처럼 뻗어가는 아이들의 적극성과 창의력. SPOPASS의 바늘은 '내일'을 가리키고 있었다.
인천=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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