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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100m경기 앞두고 콩나물 버스 서서가는 박태환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9-25 17:50



25일 오전10시 50분, 박태환문학수영장 앞 셔틀버스 정류장,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남자자유형 100m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한 박태환이 '스윔다운(레이스 후 정리운동)'을 마치고, 선수촌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15분 간격의 셔틀버스 정류장 앞은 이날 오전 각 종목 예선전에 출전한 수십 명의 남녀 선수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늘도 의자도 없는 정류장 앞엔 따가운 9월의 햇살이 쏟아졌다. 손으로 볕을 가린 채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들의 얼굴엔 피로감이 역력했다. 일부 선수들은 아예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오후 결선경기를 위해 한시 바삐 선수촌에 돌아가 휴식을 취해야 할 상황, 11시에 오기로 한 버스는 15분이 다 돼가도록 오지 않았다. 박태환은 정류장에서 싱가포르 여자선수들의 사진 요청에 응했다. 활짝 미소를 지었다. 11시 14분,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하자, 아시아 각국 선수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너나없이 엉겼다. 박태환은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전담팀 트레이너들과 함께 뒤쪽에 섰다. 아시아 여자선수들에게 차례를 양보했다. 천천히 버스에 올랐다. "자리가 없어요!" 이인호 체력트레이너가 문밖을 보며 손을 내저었다. 박태환은 그렇게 선 채로 선수촌까지 이동했다. 11시15분 버스가 연달아 도착했지만, 박태환의 콩나물 시루 버스는 그대로 문을 닫고 출발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는 수송 문제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제때 오지않는 셔틀버스 덕분에 보기 드문, 흥미로운 장면도 연출됐다. 한 관계자는 "400m 레이스 직후 박태환은 쑨양 하기노와 함께 도핑을 했다. 한밤 오지 않는 셔틀버스를 40여분 기다리다 결국 박태환 매니저 차를 이용해 다함께 선수촌으로 이동했다"고 귀띔했다. 불과 몇시간전 400m 왕좌를 놓고 치열하게 경합했던 금, 은, 동메달리스트가 한밤, 한차를 타는 진풍경이 빚어졌다. 박태환이 "다른 선수들을 두고 혼자 갈 순 없다"고 했단다.

얼마전 쑨양은 이동시 개인 고급차를 이용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실 한국인인 박태환은 개인차량을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누나 박인미씨가 인천 송도에 거주한다. 부모님도 날마다 박태환수영장을 오간다. 경기력을 위해 개인차량을 이용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김대근 전담팀 총괄실장은 손사래를 쳤다. "박태환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특혜를 받고 싶지 않다. 다른 선수들과 모든 것을 똑같이 하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오후 7시 결선 경기를 앞둔 이날도 20여 분 동료선수들과 함께 뙤약볕 아래 셔틀버스를 기다렸다. 주최국 대한민국대표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딴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정신이었다. 26일 자유형 1500m 출전 여부를 놓고 말들이 오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런던올림픽, 바르셀로나세계선수권까지 이 종목 금메달을 모두 휩쓴 쑨양의 아성이 공고한 데다, 체력 소모가 큰 종목인 만큼 출전을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태환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냈다. "인천에서 하는 대회인데, 국민들이 내가 나오길 원한다. 레이스를 기대하고, 표도 사주셨는데, 내가 안 나오면 실망하실 것이다. 모든 경기에서 터치패드를 찍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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