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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반전레이서'박태환"죽을것처럼 힘들어도 버틴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07-30 12:41 | 최종수정 2014-08-06 12:17


박태환이 도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개포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박태환이 서울 개포동 아버지 박인호씨의 팀지엠피 사무실에서 도하,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따낸 메달 액자 앞에 선 채 엄지를 들어올렸다.
개포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개포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소년' 박태환은 17세에 출전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3개를 목에 걸었다. '청년' 박태환은 21세에 출전한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냈다. 3관왕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25세 박태환(인천시청)이 4년만에 생애 세번째 아시안게임 도전에 나선다.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펼쳐질 불꽃 레이스, 대한민국은 50일 후 세계 수영계를 뒤흔들, 박태환의 드라마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8년전 박태환의 첫 아시안게임, 카타르 도하에서 '17세 소년' 박태환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휩쓸었다.  스포츠조선 DB
8년전 '도하의 초심'으로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과 비교해 모든 것이 변했다. "나이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스태프도 다르고 …"라며 웃었다. 변하는 세상속에 변하지 않은 건 '실력'뿐이다. 장린, 마쓰다 등 오래전 라이벌들은 이미 물을 떠났다. 쑨양, 하기노 고스케가 새 라이벌이 됐다. 지난 10년간 정상을 유지해왔다. 베이징올림픽 남자자유형 400m에서 대한민국 수영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이후 대기업의 후원, 전폭적인 지원속에 훈련에만 전념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은메달 후 상황은 달라졌다. 대기업의 후원이 끊겼다. 지난해부터 자체 전담팀을 만들어, 자비 전지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속에 박태환은 의연했다. "8년전 도하때로 돌아온 것같다"며 웃었다. 박태환의 스폰서는 자신이다. 수영모자에 직접 디자인한 'T.H.PARK 날개' 로고를 새겼다. 시련속에 '승부사' 박태환은 더 강해졌다. "비전이 없다면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가장 잘하고, 가장 좋아하는 수영을 오래오래 하고픈 꿈이 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챔피언의 비전'을 다시 입증할 무대다. 하루 15㎞ 물살을 가르는 자신과의 싸움, 토할 때까지 몰아치는 극한의 훈련속에 힘들 때마다 이를 악문다. "힘든데도, 어떻게든 버티는 것같다. 진짜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어거지'로 버티게 된다. 앞으로 안정된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훈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런던 아쉬움'은 나의 힘

박태환을 달리게 하는 또하나의 강력한 동력은 '런던의 아쉬움'이다. 2년전 런던올림픽 자유형 400m 준비는 완벽했다.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해 마지막 0.01초까지 세밀하게 준비했다. 쑨양의 코치인 데니스 코터렐이 박태환의 마지막 훈련을 지켜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어이없는 실격 파문에 페이스가 일순간 무너졌다. 투혼을 불살랐지만, 목표 삼았던 세계기록, 2연패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박태환의 수영 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순간이었다. 박태환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새 도전을 결심한 이유다. "런던 때 이루지 못한 게 있고, 그 아쉬움이 있다. 그 아쉬움 때문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메달색, 메달 수와 무관하게 자신의 기록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삼았다. "내 기록을 넘어서면 원하는 메달색은 따라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3관왕 2연패를 달성했다.  스포츠조선DB
재능과 노력은 5대5

박태환은 지난 3월초 뉴사우스웨일스 스테이트 오픈 챔피언십에서 자유형 50-100-200-400-1500m 등 5종목에 출전해,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냈다. 자유형 100m에서 48초42의 한국신기록을 작성했다. 7월 인천아시안게임 경영대표 선발전에서도 박태환의 '괴력 레이스'는 계속됐다. 자유형 100-200-400m 등 출전한 전종목에서 대회신을 세웠다. 개인혼영 200m에서 한국최고기록을 작성하며 6관왕에 올랐다. 박태환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기록종목에서 10년을 한결같이 신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박태환이 말하는 롱런의 비결은 "계속 새 목표를 가지고 성실히, 착실히 준비하는 것뿐"이다.


'수영천재' 박태환은 스스로 재능과 노력의 비율을 5대5로 봤다. "어렸을 때 1등을 많이 하긴 했지만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때는 수영에 소질이 좀 있으니 노력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고 했다. '슈퍼탤런트'를 언급하자 박태환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나도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못할까. 후배들은 나보다 젊고, 키도 크고, 팔도 길고, 체력도 좋고… 훨씬 좋은 조건을 갖췄다. 결국 하기 나름인 것 같다. 훈련할 때의 마인드, 스스로 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스물아홉' 록티처럼…

박태환에게 인천아시안게임 경영 대표선발전의 선전은 '자신감'이 됐다. "아시안게임과 일정이 비슷하기 때문에 전초전이라 생각하고 뛰었다. 환경적으로 아쉬움이 있는 상황에서 기록이 잘나왔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하면 내 최고기록을 깰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깜짝출전한 개인혼영 200m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스물다섯의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한국신기록을 깨서 좋아보이는 것일 뿐 아직 멀었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세계적인 선수 라이언 록티하고는 비교도 안된다"며 웃었다. '29세 현역'인 록티는 박태환이 가야할 길이다. 3년전 상하이세계선수권 개인혼영 200m 록티의 세계신기록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현장에서 박태환은 누구보다 기뻐했었다. 개인혼영 경험이 많지 않은 박태환은 선발전때 록티의 동영상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스물아홉살인데 본받을 점이 정말 많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다. 이번에 개인혼영을 해본 후 더 우러러보게 됐다. 서로 아는 사이니까… 정말 멋있는 선수다."

"나는 지금 300m 턴 지점"

박태환은 자타공인 '400m의 레전드'다. 자유형 100-200-400-1500m 전종목을 소화하는 박태환은 "400m가 가장 힘든 종목"이라고 했다. "1500m은 길어서 힘들다. 400m는 짧지만 그 안에 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스피드, 지구력을 모두 갖춰야 하고, 페이스도 잘 맞춰야 하고, 400m안에는 희노애락이 다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수영인생에서 현 상황을 '300m 턴 지점'에 비유했다. "아시안게임이 얼마 안남은 지금 상황은, 300m 턴을 막 돈 시점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웃었다. 박태환 레이스의 묘미는 언제나 후반 350m 이후 '폭풍 스퍼트'다. 처지는가 낙담하는 순간 거침없이 치고 올라오는 '기적의 레이스'에는 감동이 있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훈련을 해왔다. 아무리 힘들어도 마지막엔 더 빠른 속도로 나와야한다. 힘들어도 힘을 내야 한다. 마지막에 스퍼트해서 무조건 마무리를 잘해야 된다."

박태환의 '반전 레이스'는 세월을 거스르는 스피드, 뒤로 갈수록 강해지는 박태환의 수영인생과도 닮아 있다. 대한민국이 50일 후 짜릿한 '기적 레이스'를 고대하는 이유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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