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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 보낸 이승훈, '비움'으로 소치 간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10-30 11:31


이승훈.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지난 3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자신감이 넘치기도 했지만 지나치기도 했다. 흔들릴 때도 있었다. 어려운 시간 끝에 결론을 내렸다. '비움'이었다. 한국 장거리 스피드스케이팅 간판 이승훈(대한항공)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준비한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냈다. 사실 본인도 그리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원래 이승훈은 쇼트트랙 선수였다. 2008년 강릉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3000m와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2009년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에서 1000, 1500, 30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유망주였다.

하지만 2009년 4월 열린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충격이 컸다. 3개월간 운동을 접었다. 그 때 은사인 전명규 한체대교수가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권유했다. 지구력에서 가능성을 봤다. 6개월 뒤인 2009년 10월 스피드스케이팅 대표선발전을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제대회 몇 차례 뛰고 나선 올림픽에서 사고를 쳐버렸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다. 가는 곳마다 스포트라이트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주위의 축하와 기대가 부담으로 바뀌었다. 성적도 떨어졌다. 경쟁자들이 앞서갔다. 장비도 말썽이었다. 새로 바꾼 스케이트화가 안맞았다. 올림픽 다음 시즌인 2010~2011시즌 이승훈은 월드컵에서 전체 8위를 차지했다. 2011~2012시즌에는 월드컵에서 20위까지 떨어졌다. 다들 이승훈은 한물 갔다고 말했다.

자신의 마음부터 고쳐먹기로 했다. 밴쿠버 대회 이전을 떠올렸다. 당시 이승훈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의 시간은 내게 보너스다'고 마음먹었다.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즐거움을 느끼기로 했다. 마음을 비웠더니 거짓말처럼 성적이 올라왔다. 2012~2013시즌 이승훈은 월드컵 랭킹 4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 3총사인 요리트 베르스마, 봅 데용, 스벤 크라머와 나가는 대회마다 경쟁했다. 자신감을 찾았다.

최근 몸상태도 좋다. 10월 말 열린 KB금융 제48회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이승훈은 5000m와 1만m에서 모두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 2관왕을 차지했다. 올림픽 전 열리는 월드컵에서 메달을 기대해볼만한 좋은 기록이다. 이승훈은 "무리하지 않을 것이다. 결과를 떠나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겠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욕심은 있다. 김철민 주현준 등 한체대 후배들과 함께 나서게 되는 팀추월 경기다. 현재 한국 팀추월은 세계 2~3위권인다. 네덜란드, 러시아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012~2013시즌 월드컵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이승훈은 "팀추월에서는 내가 가장 선배다.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면서 "세 선수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끝까지 노력해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릉=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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