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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양궁부도 방과후도 텐!텐!텐" 신흥여고X부천남중 '신궁'들의 슛오프 대혈투[靑運:청소년운동]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12-29 07:52 | 최종수정 2023-01-06 09:50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1등을 차지한 로빈훗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친구들이 잘 쏴줘서 든든했어요!" "선수는 역시 다르더라고요."

지난달 26일, 경기도 용인 강남대 목양관에서 펼쳐진 대한체육회 '양궁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 대한민국 주몽의 후예들이 모여들었다. 2007~2009년생 앳된 얼굴의 소년, 소녀들이 매의 눈으로 과녁을 노려보더니 거침없이 '텐!텐!텐!'을 명중시키는 모습이 신통방통했다.

대한체육회가 2019년부터 개최해온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선수 등록 여부나 소속에 상관없이 '원팀'으로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아주 특별한 대회다. 학교운동부, 학교스포츠클럽, 방과후스포츠교실, 학교밖 청소년 등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양궁 '청스한'은 올해가 처음. 학생선수 2명, 일반학생 2명 등 4명이 한팀을 이뤄 단체전 방식으로 진행된 대회에서 다채로운 팀 구성이 눈에 띄었다. '양궁 명문' 신흥여중 학생선수와 방과후 수업 일반학생들이 '원팀'으로 나섰고, 부천남중 학생선수와 플랜비스포츠 일반학생들이 깜짝 팀을 결성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감독이 이끄는 주현정양궁클럽 '취미반' 아이들도 선수 못잖은 실력을 뽐냈다.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슛오프'까지 간 남녀 '학교 신궁'들의 결승 혈투

이날 결승전은 흥미진진한 남녀 혼성 대진이 성사됐다. 신흥여중 '로빈훗A'와의 '한솥밥' 4강 맞대결서 승리한 신흥여중 '로빈훗B'가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거침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한 '부천남중X플랜비스포츠' 남학생팀. 경기전 신경전이 '힙합 배틀'을 방불케 했다. 각오를 묻는 질문에 '부천남중X플랜비'가 "잼 바르듯이 발라줄게"라고 도발하자, '로빈훗B'가 기다렸다는 듯 "생선 가시 바르듯이 발라줄게"라고 응수했다.

이어진 막상막하의 승부. 10점을 잇달아 명중시킨 '부천남중X플랜비'가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하지만 2세트를 '로빈훗B'가 가져오며 세트스코어 1대1. 한발씩 쏴 우승팀을 가리는, 피말리는 슛오프 전쟁이 시작됐다. 일진일퇴의 대결, "할 수 있어!" '로빈훗A'의 뜨거운 응원에 '로빈훗B'가 텐, 텐, 텐으로 화답했다. '선수' (변)지영이가 첫 화살을 쏘고 '일반학생' (김)지우, (이)예빈이, '선수' (박)소윤이가 마무리하는 순서. '신흥여중 에이스' 박소윤의 마지막 화살이 10점 과녁 정중앙을 꿰뚫자 양궁소녀들이 "와!" 환호했다. '로빈훗B'의 짜릿한 역전우승이었다.

'양궁 명문' 신흥여중이 1위, 3위를 휩쓸었다. 32년째 학교 현장서 '양궁 전도사'의 길을 묵묵히 걸어온 실업선수 출신 유치정 신흥여중 체육교사는 "학교 양궁부 선수들과 방과후 스포츠클럽 일반학생이 함께 훈련하고 경기하면서 서로를 통해 배우는 모습이 참 좋았다"면서 흐뭇해 했다. "대부분의 대회가 선수들만의 잔치였는데, 선수의 벽을 깨뜨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돼 정말 보기좋다"며 미소 지었다. 송정희 신흥여중 양궁부 코치 역시 "선수들이 올해 대회 치르느라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친구들과 양궁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즐거운 시간이 됐다"며 뿌듯함을 전했다.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용화연 청소년체육부 대리.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청스한'을 4년째 진행중인 대한체육회 용화연 청소년체육부 대리(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출신)는 "학생선수에겐 이 대회가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처럼 친구들에게 자신의 운동 노하우를 알려주면서 한층 성장할 수도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일반학생들에겐 평소 교류가 없었던 학생선수들과 함께 손발을 맞추면서 선수 친구를 이해하게 되고 스포츠를 통해 인생 친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라고 덧붙였다.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2위 부천남중, 1위 로빈훗B팀, 3위 로빈훗A팀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양궁을 즐기는 청소년들 모습.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양궁 국가대표의 꿈, 우리가 응원해!"

'부천남중 학생선수' 김은찬 주재윤 '플랜비 스포츠 일반학생' (이)상수, (이)승범으로 이뤄진 팀은 이날 첫 호흡에서 준우승 쾌거를 썼다. (이)승범이는 "역시 선수는 선수더라. 10점만 쏘더라"며 감탄했다. '선수' (주)재윤이는 "연습할 때 플랜비 친구들이 워낙 잘 쏴서 잘해줄 거라 믿었다"며 메달의 공을 돌렸다. 박미경 부천남중 양궁부 코치는 "아이들에게 정말 뜻깊은 하루였다. 승패를 떠나 선수와 학생이 어우러지는 자체가 너무 좋았다"며 '청스한'의 취지에 공감했다. "너무 잘 쏴줘서 고마워" '선수'들의 인사에 '플랜비 학생'들이 화답했다. "파이팅! 꼭 국가대표가 돼서 올림픽 메달을 따길 바라."

'청스한 초대 우승팀' 역시 선수와 학생의 '케미'가 눈부셨다. 지우는 "1세트를 먼저 내주고 '한번이라도 이겨보자'는 생각으로 집중했더니 극적인 우승까지 하게 됐다"면서 "'선수' 친구들과 함께 우승해 더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침착하게 우승을 완성한 '선수' 소윤이는 "앞에 친구들이 10점을 쏴줘서 오히려 편안하게 쐈다"며 공을 돌렸다. '로빈훗' 주장 (박)가온이 역시 "선수라 '텐'만 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지만 친구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니 부담감도 확 줄더라"며 활짝 웃었다. "친구들에게 서로를 믿고 자신 있게, 자기 것만 보고 쏘자고 했다"며 승리 비결을 밝혔다. 방과후 양궁을 즐겨온 (이)승진이는 "선수들의 강한 멘탈을 보면서, 힘든 상황에도 버텨내는 법을 배웠다"며 말했다. 박가온, 박소윤, 변지영, 이채민 등 중학생 선수들의 꿈은 "양궁 국가대표, 올림픽 메달". '청스한' 동료들은 한목소리로 '국대'의 꿈을 응원했다. "커서 국가대표 되면 아는 척해주고, 김제덕, 안 산 사인도 받아주고"라는 지우의 한마디에 소녀들의 웃음꽃이 터졌다.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주현정 주현정양궁클럽 감독.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주현정 감독.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함께한 '청스한'

이날 현장에선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주현정 대표의 열정적인 지도 모습이 단연 눈에 띄었다. 주현정양궁클럽 '회원' 12명을 이끌고 출전, 8강에 2팀을 올리며 선전했다. 주 대표는 "일반학생들이 평소 양궁 단체전을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청스한'을 통해 선수, 학생 4명이 한팀이 돼 협동심을 기르고 파이팅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이런 대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은퇴 후 재미있는 양궁을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싶어 양궁 아카데미를 열었는데, 초등학교 1학년부터 70세 할아버지까지 오셔서 배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양궁을 통해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차분함을 배울 수 있고, 친구도 사귈 수 있다"며 양궁의 교육적 효과를 설파했다.
2022 양궁 청소년 스포츠 한마당이 26일 경기도 용인시 강남대학교에서 열렸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 용인=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11.26/
'레전드 국가대표 감독' 출신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도 학생선수와 일반학생들의 첫 '어울림' 양궁 현장에서 흐뭇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대회를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양궁의 재미와 규칙을 배우게 되고, 양궁하는 학생들은 일반학생들과 어울릴 좋은 기회가 된다"면서 '청스한'의 의미를 설명했다. '청스한' 종목으로서 양궁의 무한매력도 강조했다. "학교체육에서 남녀 학생이 구분되는 종목이 많은데 양궁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종목이다. 오늘 결승전도 남녀팀이 함께 오르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양궁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여학생이 덩치 큰 남학생도 이길 수 있는, 반전 있고 흥미진진한 종목"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 부회장은 "대한민국 양궁이 세계를 제패하고 올림픽 여자단체전 9연패하는 동안 일반학생과 함께 어울리는 대회를 기획한 건 처음"이라면서 "'청스한'을 계기로 앞으로 양궁 저변 확대와 참여,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전했다.
용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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