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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맨→슈퍼맨' 월클 정승환"자랑스러운 아빠 될것"[베이징패럴림픽G-24]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2-07 17:23 | 최종수정 2022-02-08 08:44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정승환'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곧 '파라아이스하키'로 통한다.

빛의 속도로 내달리는 현란한 드리블과 원샷원킬의 킬러 본능. 해외선 '로켓맨', 국내선 '빙판메시'로 회자되는 정승환(36·강원도청)은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평창패럴림픽 사상 첫 동메달 후 새 도전을 위해 잠시 링크를 비웠을 때 세계파라아이스하키 회장이 "로켓맨 어디 갔느냐"며 애타게 찾았다는 일화가 회자될 정도다.

정승환은 평창패럴림픽 당시 일본전(4대1승) 4골 중 3골(1골 2도움), 절체절명의 체코전(3대2승)에선 연장 골든골 포함 3골(2골 1도움) 모두에 관여했다. 이탈리아와의 동메달결정전(1대0승)에서도 결승골을 도우며 사상 첫 동메달 역사를 열었다. 한국이 기록한 8골 중 6골에 그가 있었다. 에이스들에게 흔한 큰 경기 징크스 따윈 없었다. 그의 썰매가 번뜩이면 어김없이 골이 터졌다.

다시 돌아온 링크에서도 그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공격수다. 한민수 파라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정승환에게 '에이징커브(aging curve, 나이로 인한 운동능력 저하 혹은 기량 하락)는 없다"고 단언했다. "말이 필요없는 선수다. 영리하고 빠르고, 밸런스, 근력, 기술 모든 것을 갖췄다. 체중이 50㎏ 남짓인데 벤치프레스를 체중의 두 배 이상 든다. 술 담배도 일절 하지 않고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정승환이 우리팀 플레이메이커라는 것이 감독으로서 선배로서 늘 든든하고 감사하다"고 했다.

파라아이스하키대표팀은 베이징패럴림픽(3월4~13일)을 앞두고 강릉하키센터에서 훈련에 전념해 왔다. 4년 전 평창 동메달 성지에서 서로의 눈빛을 믿으며 달리고 또 달린다. 낮은 썰매에서 스틱을 두드리며 대통령 내외와 눈물의 애국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던 그곳에서 이들은 또 하나의 역사, 2연속 메달을 목표 삼고 있다.

정승환은 "훈련하러 링크에 들어설 때마다 좋은 추억,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날의 응원과 함성을 기억한다. 그 경기장에서 날마다 이렇게 훈련하는 건 축복"이라고 했다. 2006년 스무살 때 첫 태극마크를 단 이후 지난 17년간 세계 3~4위권을 호령하는 실력만큼 훈련환경도 좋아졌다. 그는 이를 "천지개벽"이라고 했다. "훈련수당도 2만원에서 7만원으로 올랐고, 국가대표 훈련일수도 50일에서 200일까지 늘어났다. 모두가 함께 노력한 덕분"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갈 길이 멀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전훈, 리그 클럽팀들과 경기하며 실전 감각을 바짝 끌어올렸다. 선진국 스포츠 시스템을 보며 느낀 점이 많다. "클럽팀이 5개인데 각팀마다 국가대표 2~3명이 있다. 주말리그가 상시로 열린다. 유소년 때부터 클럽팀에서 파라아이스하키를 접하는 환경이 부러웠다. 선수들이 경기하는 링크 바로 옆엔 꼬맹이들이 체험하는 링크가 붙어 있다. 엄마와 퍽을 만지고, 선수들을 보고 썰매를 타면서 자연스럽게 파라아이스하키와 친밀해진다"고 설명했다. "제가 소속된 강원도청팀이 잘하고 있지만 우리만 잘해선 안된다. 실업팀, 클럽팀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 새해부터 지어질 반다비체육센터에 아이스하키 전용링크장도 꼭 생겼으면 좋겠다"는 오랜 소망을 재차 전했다.



아빠 정승환이 훈련중인 강릉하키센터를 찾은 아들 한서군.  사진=전영지 기자
4년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은 '로켓맨'이 '슈퍼맨'이 됐다는 점. 2018년 평생 배필 송현정씨와 결혼한 그에게 2년 전 태어난 아들 한서는 존재의 이유다. "내 가장 큰 행복이다. 뭘 해도 너무 예쁘다. 요즘은 '아빠 일하러 간다' 하면 '하키! 하키!'한다." 뿌듯한 아빠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가족은 나를 달리게 하는 가장 큰 에너지다. 베이징에 가족이 함께 가길 기대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4년 전보다 더 잘하고 싶은 이유는 확실하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한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베이징패럴림픽 A조엔 미국, 캐나다, 러시아, 한국 등 세계 4강 강호들이 몰렸다. B조엔 체코, 이탈리아, 슬로바키아와 홈팀 중국이 조 1-2위 진출을 위해 혈투를 펼친다. 한국은 내달 5일 러시아와 첫경기 후 6일 미국, 7일 캐나다와 잇달아 맞붙는다. 9일 A조 3위와 B조 2위, A조 4위와 B조 1위가 8강전을 치르고 11일 4강, 12일 동메달 결정전, 13일 결승전 일정이 이어진다. 세계 최강 미국, 캐나다 조에 속한 만큼 현실적으로 B조 3-4위와 8강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높다. 8강에서 B조 최강팀을 꺾어야만 메달을 바라볼 수 있다.

정승환은 "감독님이 평창 때 못이룬 결승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하신다. 선수로서 당연히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백전노장답게 냉정한 시각도 잃지 않았다. "'3강 3중' 판도로 예상한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가 3강, 우리, 체코, 중국이 3중이다. 8강에 올라오는 B풀 팀이 누구든 무조건 잡아야 한다. 매경기가 결승이다. 어느 팀도 방심할 수 없다"며 결연한 각오를 내비쳤다. 정승환은 못말리는 킬러본능을 지닌 공격수지만 엔드라인을 오가며 누구보다 많이 달리고 또 달리는 '팀플레이어'다. "내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더 좋은 팀을 만들까"를 늘 고민한다. "언제나 목표는 팀의 승리"다. "감독님이 내게 '슈팅마스터'도 좋지만 '패스마스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신다. 나 역시 골도 좋지만 도움을 할 때 가장 기쁘고 행복하다"며 웃었다.

3주 앞으로 성큼 다가온 베이징패럴림픽을 앞두고 '다시 뜨거운 응원'을 당부했다. "4년전 평창에서 평생 잊지 못할 응원을 받았다. 정말 감사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고, 어려운 상황 속에 다시 무관심해진 것이 선수로선 많이 아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패럴림픽은 일단 보시면 팬이 된다.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다. 가슴 뜨거운 멋진 경기를 꼭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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