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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진 이어 유용성도 중국배드민턴대표팀 코치 발탁…克日 위한 韓·中합작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9-09-11 06:05


2017년 세계단체선수권 우승을 이끈 뒤 귀국 환영식 인사를 하고 있는 강경진 전 감독. 사진제공=대한배드민턴협회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일본 제압을 위한 한·중 합작.'

최근 한국 배드민턴 지도자의 중국 진출이 잇따랐다. 작년까지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던 강경진 전 감독(46)에 이어 해외에서 아카데미 활동을 하던 유용성(45)도 중국대표팀의 코치로 합류하게 됐다.

강 전 감독과 유용성은 과거 한국 배드민턴의 남자복식을 주름잡았던 인물이다. 대표팀에서 코치 생활을 오래 한 강 전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 감독으로 승진해 2017년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에서 14년 만의 우승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을 하는 과정에서 선수단 운영에 대한 협회의 지나친 간섭에 저항했다가 한국대표팀과 이별하게 됐다.

유용성은 이동수와 짝을 이뤄 김동문-하태권과 쌍벽을 이뤘던 남자복식 전문가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 결승에서 김동문-하태권에 패하면서 올림픽 2회 연속 은메달의 기록을 남기고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강 전 감독은 중국대표팀의 여자복식 수석코치로, 유용성은 남자복식 코치로 영입됐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계약 협의를 하고 돌아온 강 전 감독은 현재 중국 취업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으며 추석 연휴가 지난 뒤 본격적인 중국 생활에 들어간다.

중국은 리우올림픽 때까지만 해도 세계 최강의 배드민턴 강국이었다. 그 만큼 '콧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중국대표팀에 한국 지도자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국제 배드민턴계에서는 중대한 변화로 받아들인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1월 중국배드민턴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장 준이 있다. 장 준 회장은 42세의 젊은 수장답게 중국 배드민턴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팀 총감독 역할도 겸하는 장 준 회장은 한국과의 깊은 인연이 있다. 2000년대 초반 김동문-라경민 부부가 세계 최강의 혼합복식 시대를 누릴 때 장 준-가오링 조(2000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는 최대의 라이벌이었다.


유용성(왼쪽)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이동수와 함께 남자복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스포츠조선 DB


장 준은 은퇴한 이후 대표팀 지도자로 일하면서 강 전 감독과 우정을 쌓았다. 이런 인연을 바탕으로 장 준 회장은 강 전 감독에게 강력한 '러브콜'을 보냈다. 강 전 감독은 처음에 라이벌 국가 중국이라는 점 때문에 망설였지만 장 준 회장의 설득이 더 강했다.

배드민턴계에 따르면 장 준 회장은 한국 지도자를 영입하는 것에 대해 중국 배드민턴계 내부의 강한 반대에 맞닥뜨렸지만 특유의 추진력으로 "실패하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관철시켰다고 한다.

중국이 한국 출신 지도자를 선택한 것은 다른 나라보다 일본을 잘 알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배드민턴은 현재 일본의 급상승세에 위기감을 갖고 있다. 특히 역대 올림픽에서 어떤 색이든 메달을 놓친 적이 없던 여자복식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여자복식은 지난 리우올림픽에서 일본이 최초로 우승한 이후 상위 랭킹을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장 준 회장은 최근 강 전 감독과의 만남에서 "일본 여자복식의 기세를 꺾어달라"는 특명을 전하며 여자복식 전담 수석코치를 제안했다고 한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일본의 득세를 막아보자는 것이다. 배드민턴계 '한·중 합작'인 셈이다.

강 전 감독은 오는 17∼23일 중국 창저우에서 열리는 중국오픈에서부터 한국대표팀과 어색한 만남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24∼29일 인천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서 중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공교롭게도 강 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 때 코치로 함께 일했던 김지현 박태상 코치도 인도대표팀에서 지도자로서 새로운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대표팀의 중국 출신 지도자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진 리마오 코치(61)도 이번에 장 준 회장의 부름을 받고 강 전 감독 유용성과 반가운 재회를 한다.

강 전 감독은 "선수들과 친숙해지는 게 우선이기 때문에 베이징의 대표팀 선수촌에서 생활할 계획이다"면서 "한국 지도자의 실력이 중국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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