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기흥 IOC위원의 귀국 일성, 文대통령에 대한 감사 '의미심장'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9-06-29 14:16



"IOC위원이 돼서 돌아올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

28일 밤 10시,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신임 IOC위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첫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했다. 이 회장은 지난 26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제134차 IOC총회에서 신임 IOC위원으로 선출됐다. 역대 11번째 한국인 IOC위원이다. 이로써 한국은 유승민 IOC위원과 함께 2명의 선수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남북공동올림픽 유치를 위해 스포츠 외교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회장이 IOC위원에 최종선출됐다는 소식에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문의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님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선출을 국민들과 함께 축하합니다.(중략) 우리는 이제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 개최되는 두 개의 올림픽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이뤄진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완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나아가 우리는 2032년 남북이 함께 하계올림픽을 유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위원님의 어깨가 무겁겠지만 정부가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 가교 역할을 잘해주실 것이라 믿습니다'라고 썼다.

IOC위원이 된 이 회장의 귀국 일성이 '대통령님'을 향한 감사 인사였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IOC위원이 돼서 돌아올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대통령님께 감사드린다. 정부와 여야 막론한 국회, 우리 대한민국 체육인들께 감사한다"고 했다.
사진제공=대한체육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9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체육인대회에서 이 회장은 체육회장 자격으로 문 후보를 수행했었다. 당시 문 후보는 "박근혜 국정농단의 출발은 체육농단이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체육인들을 비리집단, 불공정 세력으로 매도하고 탄압했다. 진심으로 위로드린다. 제가 스포츠 정신의 핵심인 공정성을 다시 세우고 체육인들의 자존심을 되찾아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공약은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체육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 개최 이후 '성적지상주의' '폭력 및 성폭력 사건' '스포츠 인권의식의 부재' 등 체육계의 어두운 측면이 일제히 부각되고, 일부의 일탈과 전횡으로 인해 체육인 전체가 범죄집단, 불공정 세력으로 지목받으며, 체육인들은 자정능력을 잃은 비리 집단으로 규정되는 아픔이 또다시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대한체육회와 정부의 관계도 원만치 못했다. 올해 초 국가대표팀 빙상 지도자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성폭행 의혹사건이 국민적 사건으로 떠오르면서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안팎의 거센 퇴진 압박에 직면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으로서 불교계 인맥 인사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이 불거지며 여론의 지탄도 쏟아졌다. 체육계 성폭력 의혹, 미투 사건이 꼬리를 물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대책마련을 지시했고 이후 '체육계 수장'인 이 회장과 체육회는 혁신대상, 청산 대상 '적폐'로 몰렸다. 그러나 정부가 소년체전 폐지, 병역-연금제도 개선, KOC분리 등 초강수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 회장을 중심으로 체육계 결집의 모멘텀이 마련됐다.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에 엘리트 체육인들이 '현장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대립 구도가 첨예해지는 와중에 스위스 로잔으로부터 이기흥 회장의 IOC위원 최종후보 추천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최종 선출됐다. IOC의 관례에 비해 빠른 결정이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우리 국민들에 게 주는 선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보통 4~5년 걸리는 과정이다. 추천부터 선출까지 2년만에 이뤄진 것은 상당히 빠른 것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신임 IOC위원 선출로 문재인 정부와 이기흥 회장은 '스포츠를 통한 남북 평화'라는 키워드에서 접점을 찾은 모양새다. 지난해 판문점선언을 통해 남북 정상이 합의한 2032년 남북올림픽 유치는 국정과제에 준하는 1순위 정책과제이고 이 회장이 IOC위원이 되면서 이를 현실화할 채널과 권위를 손에 쥐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SNS 축전에 이기흥 IOC위원이 적극 화답했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이 회장은 로잔 총회에서 만난 김일국 북한 체육상과의 만남을 소상히 털어놓고 2032 남북올림픽 공동 유치를 위한 로드맵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번에 김일국 체육상과 3번의 미팅을 가졌다. 내년 도쿄올림픽 단일팀 구성, 내년 대한체육회 100주년과 국가올림픽위원회 총회(ANOC)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내년 11월21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ANOC총회에서 전세계 206개국 NOC 회장 1500여 명이 오신다. 이때 남과 북 지도자를 모시고,토마스 바흐 IOC위원장과 전세계 스포츠 지도자들이 38선 평화구역에서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계기를 만들자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고 상생과 공존 번영으로 가는 우리 민족의 계기를 스포츠를 통해 만들어보자, 그 힘을 토대로 2021년부터 2032년 남북올림픽 공동유치를 준비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김일국 체육상도 이를 통일부를 통해 정식으로 정부 입장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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