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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조직위가 일간으로 발간하는 오피셜 소식지 '뉴스(NEWS)'도 대한민국 여자 패러글라이딩 대표팀의 금메달 쾌거를 주목했다.
한국 여자 패러글라이딩은 정밀착륙 단체전에서 동메달, 개인전(이다겸)에서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이날 금메달을 따내며 전종목 메달을 기록했다. '막내' 이다겸은 첫 아시안게임에서 금, 은, 동메달을 모두 수집했다. 여름 내내 수은주가 40도를 오르내리는 평창, 합천의 훈련장에서 뜨거운 땀을 쏟았다. 25㎏ 장비를 짊어지고 산길을 달려 정상까지 오른 후 같은 코스를 하루에 6~7번씩 날아오르며 훈련을 이어갔다.
맏언니 백진희는 여자대표팀 최고의 베테랑이다. 육상선수 출신인 그녀는 부상으로 인해 체고 진학이 무산 된 후 태국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만났다. 국내 패러글라이딩 장거리 부문 여성 신기록 보유자다. 용인 정광산에서 전북 진안까지 직선거리 155㎞를 5시간 43분 동안 무동력으로 비행했다. 3명의 여자 국가대표 중 유일하게 아이엄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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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합천 훈련 현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패러글라이딩을 향한 열정 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왔다. 대부분 2인승 패러글라이딩 강습 및 레저 사업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선수들에게 "한여름 휴가철은 대목"이라고 했다. 한철 장사로 먹고사는 이들이 아시안게임을 위해 생업을 접었다. 국가대표로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하루 6만원, 100만원 남짓한 국가대표 수당, 열악한 지원에도 이들은 태극마크의 자부심으로 힘든 훈련을 이겨냈다.
훈련 현장에서 우연히 협회와의 통화를 들었다. 구불구불 경사진 산길을 하루에 6~7번씩 오르내리다보니 기름값이 20여 만원 나온 모양이었다. 최 감독이 "알았어. 내가 내 돈으로 메울게, 작은 걸로 선수들 사기 떨어뜨리지 말자"고 했다. 스태프에게 슬며시 자신의 카드를 건넸다. 자카르타에서 장기간 실전에 나서기 위한 컨디션 조절에 꼭 필요한 1300만원의 트레이너 체재비 역시 최 감독과 선수들이 갹출했다. 일부 선수들은 직접 스폰서를 구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경기장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패러글라이딩을 전략종목 삼은 인도네시아는 금메달을 위해 매일 룰을 바꾸었다. 크로스컨트리 35km 코스를 임의로 13km로 줄였다. 가파른 경사의 이륙장과 위험한 고도의 착륙장, 불시착의 위험을 떠안은 난코스에서 동료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해 나갔다. 최악의 조건속에 오롯한 실력과 정신력으로 따낸 투혼의 금메달은 값졌다.
금메달을 딴 후에야 선수들은 할 말을 했다. "국가대표를 하면서 생업의 부담감이 컸다. 금메달을 꼭 따서 후배 선수들에게 좋은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뛰었다. 패러글라이딩을 한다고 하면 돈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저 좋아서 자비로 어렵게 훈련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후배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도 금메달이 기쁘지만, 모든 패러글라이딩 선수와 관계자들에게도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뜻깊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